[책의 향기]새해에 담아갈 2016년 마지막 책의 향기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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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한번 더 가는 책

 《올 한 해도 수많은 책이 출간됐다. 한 권 한 권에 저자와 많은 사람의 수고가 담겨 있음을 잘 알지만 지면이 한정되다 보니 충분히 스포트라이트를 비추지 못한 책도 있다. 동아일보 ‘책의 향기’팀은 2016년을 정리하며 ‘눈길 한번 더 가는 책’을 꼽아 봤다. 책과 함께하는 풍요롭고 따뜻한 연말연시가 되길 기원한다.》
 

●대학 존재의 이유에 대한 근본적 성찰

왜 대학에 가는가 앤드루 델반코·문학동네·1만5000원

 취업이 잘되는 학과에 학생이 몰리고 대학도 돈이 되는 학과만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현실에서 대학이 존재해야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통렬하게 환기시켜 준다. 미국 컬럼비아대 영문과 교수인 저자는 대학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사색과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의 경험이 포함된 다양한 사례는 오늘날 대학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확인시켜 준다. 현학적이지 않으면서 정제된 언어로 써내려간 저자의 깊은 사유는 현실에 단단히 발을 내딛고 있다. 그래서 맵고 강하다. 학생과 학부모, 교육계 종사자들이 꼭 읽어 보기를 권한다.
 

●현실처럼 다가오는 원전 사고의 공포

천공의 벌 히가시노 게이고·재인·1만8800원

 원자력발전소를 파괴하라고 요구하는 헬기 납치범을 소재로 1995년에 발표한 소설. 당시에는 공상으로 치부됐지만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터지면서 재난과 테러에 취약한 원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에 책이 출간된 9월 12일은 월성원자력발전소가 있는 경북 경주시에서 강진이 발생한 날이었다. 테러를 재난으로 바꿔 읽으면 소설이 아닌 현실을 마주하는 듯하다.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선사한다.
 

●“백신 접종은 질병 막는 효과적인 방법”

면역에 관하여 율라 비스·열린책들·1만5000원

 오염된 물질과 접촉하지 않으면 질병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다는 믿음은 환상이라고 지적한다. 인간의 몸은 태어날 때부터 화학물질과 미생물, 병균 등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이들과 어울리며 건강하게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 백신의 부작용에 대해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저자는 백신 접종이 안전하게 살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아이를 키우며 어머니로서 갖게 된 궁금증을 명료하고도 흥미로운 지식이 가득 찬 책으로 승화시켰다.
 

●‘우리 애는 왜 이럴까’ 구체적 사례로 공감 이끌어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 오은영·코리아닷컴·1만6800원

 소아·청소년 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아이를 키우며 숱하게 맞닥뜨리는 속 터지는 상황을 구체적인 사례로 보여주며 공감을 이끌어낸다.

 아이의 입장과 부모의 입장을 각각 헤아려 서로를 이해하게 만든 후 설득력 있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말을 듣지 않는 아이에게 극도의 분노를 느끼는 부모의 심리와 그 원인을 조목조목 분석해 화를 다스리는 법을 알려준다. 입담 좋고 친절한 안내자를 만난 듯하다.
 

●쓸쓸하지만 뜨겁게 담아낸 시인의 절실함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허수경·문학과지성사·8000원

 1992년 독일로 건너가 꾸준히 작품을 쓴 시인이 5년 만에 내놓은 시집. ‘얼마나 오래/이 안을 걸어 다녀야//나는 없어지고/시인은 탄생하는가’(‘눈’)라고 자문하며 이국의 거리, 광장, 역을 거닌다.

 시편들에선 먼 나라에서도 모국어로 노래할 수밖에 없는 시인의 절실함이 뜨겁게 담겨 있다. 다소 쓸쓸한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공허하지는 않다. 한층 깊어진 시인의 상상력을 음미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 인간은 어떤 미래를 꿈꾸는가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클라우스 슈밥·새로운현재·1만5000원

 올해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였던 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제시한 저자가 첨단 과학기술과 다양한 분야의 융합으로 대변혁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세계 전반을 뒤흔드는 거대한 물결의 흐름을 정리해 이미 우리 삶 속으로 성큼 들어온 패러다임의 변화를 숙지하게 만든다.

 기술이 발전해도 조타기를 쥐고 있는 건 인간이기에, 어떤 미래를 만들지는 결국 우리가 결정한다는 당부는 꼭 기억해야 할 부분이다.
 

●자존감 회복을 위한 정신과 의사의 처방전

자존감 수업 윤홍균·심플라이프·1만4000원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낮은 자존감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제시하는 처방전. 저자 스스로도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진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아 한결 친근한 마음으로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자기혐오, 죄책감, 무시, 냉소 등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감정을 짚어내고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 버려야 할 습관과 구체적인 실천 방안도 차근차근 알려준다. 쉬우면서도 다정한 글은 자주 우울해지고 자괴감에 빠지는 이들을 다독여 주고 용기를 낼 수 있게 도와준다.
 

●더 나은 인류를 위해 발로 뛴 35명의 삶

가만한 당신 최윤필·마음산책·1만5000원

 현직 기자인 저자가 부고 기사를 통해 여성 할례 금지에 앞장선 에푸아 도케누, 흑인 인권 투쟁 현장을 누빈 존 마이클 도어 등 35명의 뜨거운 삶을 조명했다. 인권, 페미니즘, 표현의 자유까지 다양한 주제를 두루 접할 수 있다.

 ‘삶의 완전한 연소’를 마다하지 않았던 사람들에 대한 기록은 생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함께 가만한 당신’은 같은 형식으로 쓴 후속작이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왜 대학에 가는가#천공의 벌#면역에 관하여#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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