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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비는 속옷만 6겹 입어 치마 맵시 살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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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비는 속옷만 6겹 입어 치마 맵시 살렸죠”

이원주기자 입력 2016-12-28 03:00수정 2016-12-28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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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 복식 특별전’ 여는 김경실 부원장
20년에 걸쳐 조선 왕비의 복식을 재현한 김경실 한국궁중복식연구원 부원장은 “궁중 복식이야말로 조선시대 아름다움의 총집합체”라고 평가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서울 성북구 대사관로 고즈넉한 북악산 자락에 위치한 한국가구박물관(관장 정미숙). 이곳에선 내년 1월 말까지 영조 정조 시대 왕비가 입었던 혼례복(혼인 등 가장 큰 행사 때 입는 예복)을 전시하는 ‘궁중 복식 특별전’이 열린다.

 한국가구박물관은 한옥 건물이다. 한옥은 창경궁의 모습을 복원했거나 순종의 계비인 순정효황후의 본가를 그대로 옮겨온 건물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렇다 보니 전시된 왕비의 복식들은 조선 시대 생활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가구박물관 한옥과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이곳에서 궁중 복식을 감상한다면 조선 중·후기의 의식주 중 의(衣)와 주(住)를 한 번에 만끽할 수 있는 셈이다.

 전시를 기획한 김경실 한국궁중복식연구원 부원장(56)은 “이번에 전시된 영·정조 때의 왕비 복식은 조선시대 르네상스기의 왕비 예복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가장 화려하고 정교하다”고 강조했다.



 “왕비의 예복을 보면 치마가 풍성하게 부풀어 있죠. 속옷에 해당하는 옷만 6겹을 입어서 자연스럽게 상체는 날씬해 보이게 하고 치마는 자연스럽게 부풀리는 방법을 썼습니다. 비슷한 형태는 다른 나라에도 있었지만 모양과 역할이 각각 다른 속옷을 껴입어 모양을 살리는 방식은 조선 복식에서만 볼 수 있습니다.”

 전시 동선을 따라가면 가장 처음에 마주하게 되는 의상이 바로 속옷들이다. 복식의 외형뿐만 아니라 입는 방식까지 관람객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다. 김 부원장은 이 같은 전통 복식의 방식을 습의(襲衣)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껴입을 습(襲)’자를 쓴다. 그가 이번 전시회에서 특히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 바로 이런 부분이다. “12겹을 껴입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궁중 예복 ‘주니히토에(十二單)’와 같은 기준으로 세어 보면 오히려 조선의 궁중 예복이 한두 겹 더 많다”고 말했다.

 김 부원장은 왕비의 복식을 ‘정교한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했다. 풍성한 치마와 넓은 소매, 옷감에 수놓은 수많은 무늬와 장식들을 보면 화려함을 절로 느낄 수 있다. 김 부원장은 여성들의 복식을 연구하면서 “품과 목둘레의 경우 입는 사람을 세워 놓고 옷감을 입힌 다음 바느질을 한 것처럼 주인의 몸에 한 치 오차도 없이 꼭 맞아떨어지는 특징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통 복식 복원은 제작 방식까지 전통 기법을 따라야 하기에 쉬운 작업이 아니다.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왕비의 복식도 재현에 20년이 걸렸다. 가장 겉에 입는 대홍적의(大紅翟衣·꿩이 수놓인 붉은 비단옷)에 쓰이는 비단만 해도 수작업으로 실을 자아내고 옷감을 짜내야 하는데 이런 방식은 이미 대가 끊긴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복원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기록과 유물에 근거해 최대한 비슷하게 기계로 짜고 있지만 한 번 옷감을 짜는 데 수천만 원 비용이 들어가고 고증도 그때마다 받아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

 앞으로의 숙제도 산적해 있다. 김 부원장은 ‘남은 연구 과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일일이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고 답했다. 성과가 있는 복식도 조선 중·후기 때 옷이 대부분이고 수차례 난을 겪으면서 기록과 의궤가 소실된 조선 초기의 복식은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것이 있어 제작에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왕실이 존재하고 있고, 복식 연구자에 대한 지원이 탄탄해 체계적인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일본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그런데도 김 부원장이 복식 연구를 계속하는 이유는 궁중 예복이 조선시대 미학의 총집합체라는 생각 때문이다.

 “왕실의 혼례 복식은 당대의 가장 화려하고 정교한 장식과 예식의 집합체입니다. 염색, 자수, 옥, 금속, 한지 공예까지 각 분야의 최고 장인들이 모여야 왕실 예복을 완성할 수 있어요. 복식을 연구한다는 것은 우리 선조들이 추구했던 아름다움의 극한을 찾아내고 보존하는 작업 아닐까요.”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김경실#한국궁중복식연구원#조선 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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