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지카-에볼라… 현미경 이미지로 구현한 설치 예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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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영조각상 수상 김윤경展

바이러스의 현미경 이미지를 프린트해 걸어놓은 신작 ‘Viruscape_4 Windows’ 앞에 선 김윤경 씨.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바이러스의 현미경 이미지를 프린트해 걸어놓은 신작 ‘Viruscape_4 Windows’ 앞에 선 김윤경 씨.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지하 전시실을 거닐다 보니 병원 중환자실 침대와 환자복을 재료로 쓴 설치 작품이 눈에 띄었다. 내년 1월 15일까지 서울 종로구 김종영미술관에서 열리는 ‘제13회 김종영조각상 수상자 김윤경’전에 출품된 ‘Isolated Cell’. 잠시 망설였다. 조금이라도 유희적인 기미가 읽혔다면 그대로 돌아 나왔을 거다. 작가에게 표현의 자유가 있듯, 관람객에게는 개인적으로 소화하기 불편한 대상을 굳이 마주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

 유희의 혐의를 털어내는 건 김 씨가 작품을 통해 탐구해온 대상의 연속성이다. 이화여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1999년 연 두 번째 개인전에서 그는 자신의 혈액을 채취해 3만 배로 확대 촬영한 3분 8초 길이의 영상 ‘Live Blood’를 선보였다. 이후 옷가지를 피부의 연장으로 해석한 연작 ‘Skin Clothing’에 이어 이번 전시에는 메르스 지카 에볼라 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이미지를 활용한 신작 ‘Viruscape’를 내놓았다.

 “관심사는 ‘경계’였다. 인체의 형상을 본뜨지 않으면서 인간과 그를 둘러싼 경계막에 대해 표현할 방법을 고민했다. 한동안 옷을 재료로 쓰다 보니 그 역시 안팎의 모호함을 표현하기에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김 씨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운영하신 정형외과 병원을 오간 영향이 뒤늦게 작품을 통해 드러난 듯하다”고 했다. 헌옷을 기증받아 벗겨진 거죽처럼 엮어 누이고 라벨을 엮어 장기의 형상을 구성한 작품에는 작가 스스로 말했듯 모호함을 고민한 메시지가 모호한 형태로 얹어져 있다. 당장의 설치물로서보다는 퍼포먼스를 통한 재활용의 양상을 기대하게 한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김종영조각상#김윤경#isolated c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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