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게임 톱 10에 한국은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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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 업계 ‘잃어버린 10년’

 
게임 강국의 신화가 무너지고 있다.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 핀란드, 중국 개발사가 한국 업체의 빈자리를 꿰차며 한 게임으로 한 해 12억 달러(1조4420억 원)가 넘는 돈을 긁어모으고 있다. 반면 국내 게임 산업의 시곗바늘은 개발사의 전략 부재와 정부 정책 실패 등으로 리니지, 바람의나라 등 PC 온라인 게임이 유행하던 10여 년 전에 머무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10년 전 멈춰버린 시곗바늘

 미국 시장조사기관 슈퍼데이터가 발간한 ‘2016년 디지털 게임 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모바일 게임 예상 매출은 올해 406억 달러(48조7890억 원)에 달한다. 이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콘솔(비디오) 게임 시장(66억 달러)과 PC게임 시장(186억 달러)보다 2∼6배가량 큰 규모다.

 세계 모바일 게임 매출은 2019년 545억 달러로 지금보다 34.2%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매출 ‘톱(TOP) 10’ 안에 국내 게임회사는 한 곳도 명함을 내밀지 못하고 있다. 그 대신 핀란드 게임 개발사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매출 1위는 일본의 몬스터스트라이크(13억 달러)였지만 2, 3위는 핀란드의 클래시오브클랜(12억 달러), 클래시로얄(11억 달러)이 차지했다. 이어 미국의 게임오브워: 파이어에이지(9억1000만 달러), 모바일스트라이크(9억 달러) 등의 순이었다.

 최근 들어 중국 게임회사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판타지 웨스트워드 저니, 클래시오브킹즈 등의 중국 모바일 게임은 세계 게임 판매 순위에서 7, 10위(11월 한 달 기준)로 집계되고 있다.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등 한국 PC 게임 매출은 세계에서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PC 게임 시장규모는 2019년 213억 달러로 올해에 비해 14.5%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등 모바일 게임에 비해 성장성이 낮다. 또 이게임들은 2005년, 2007년 개발된 것들이어서 성장세도 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패러다임 바뀌어도 돈 되는 게임만 개발

 게임 산업의 패러다임은 모바일을 넘어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로 옮겨가고 있다. 올해 7월 출시됐음에도 매출 7억8800만 달러(9469억 원)로 세계 모바일 게임 매출 6위를 차지한 포켓몬고의 성공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국내 빅3 게임회사(넥슨,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 어느 곳도 선뜻 이 분야에 진출하지 않고 있다. 넥슨, 엔씨소프트 등은 콘솔 게임이 게임의 전부로 여겨지던 시절에 PC 온라인 게임의 가능성을 엿보고 1996년 바람의나라, 1998년 리니지를 각각 내놓은 것과 같은 과감한 시도가 사라진 것이다.

 오히려 PC 온라인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으로 전환하는 데 실기(失期)한 나머지 과도한 과금 유도에만 초점을 맞춘 게임만 개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임 셧다운제 도입, 게임 질병 코드화 등 정부 차원의 규제 움직임도 게임 산업 성장에는 장애가 되고 있다. 이대웅 상명대 게임모바일콘텐츠학과 교수는 “게임만큼 두뇌집약적 산업도 드문데 정부는 규제 일변도이고, 업계는 이익만 좇고 있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 업계 학계 등이 모두 나서서 게임에 대한 인식부터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무경 기자 fighter@donga.com
#모바일#pc#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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