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최순실 “재판 설계도 보겠다”며 1차공판 출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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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익히자” 6시간전 결심… 2차 공판준비기일엔 안나올듯
접견때마다 “대통령 걱정돼 탄핵심판은? 사임하시나” 물어




 
1차 공판준비기일을 6시간 앞둔 19일 오전. 구치소 안에서 출석 여부를 고심하던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사진)는 비로소 법정에 출석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를 변호하는 대리인단의 표현대로 “마음이 조변석개(朝變夕改)한다”던 최 씨가 ‘깜짝’ 출석을 결심한 건 “어차피 맞을 매, 먼저 맞자”는 판단에서였다.

 최 씨 측 변호인은 21일 “준비기일에 나오라고 직접 권했다”며 “재판에 대한 기본적인 ‘설계도’가 만들어지니까 잘 봐라, 검사들과 각 피고인의 변호인들이 어떤 논의를 하는지 직접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했다”고 말했다. 최 씨는 며칠간 고민 끝에 “내 재판의 큰 그림을 보겠다”며 변호인의 조언을 받아들여 출석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처음에는 언론 노출을 우려했지만 준비기일 후 본격적인 공판으로 접어들면 어쩔 수 없이 외부에 드러난다는 점을 깨닫고 차라리 분위기를 미리 익히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준비기일 후 접견 과정에서 최 씨 스스로도 이날 출석하기를 잘했다고 자평했다고 한다.

 최 씨는 본인의 국정 농단 때문에 온 나라가 뒤집힌 와중에도 구치소에서 변호인을 접견할 때마다 박근혜 대통령의 안부를 묻고 있다. 특히 탄핵심판 청구 후 “박 대통령은 잘 계시냐, 사임하시는 거냐” “탄핵심판이 어떻게 될 것 같으냐”는 질문을 쏟아낸다는 후문이다. 변호인들은 “지금 대통령 걱정할 때냐, 당신 앞가림이나 잘하라”며 재판에 집중할 것을 당부했지만 최 씨는 “(박 대통령이) 걱정돼서 그렇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이달 중순 청와대 참모들에게 자신을 가리켜 “나와 눈도 못 마주쳤던 사람인데”라고 말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최 씨는 믿지 않는 눈치였다. 최 씨가 “박 대통령이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씀하실 분이 아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최 씨 측은 차분히 재판을 준비하고 특검 수사에 대비하는 한편 헌법재판소에서 증인으로 출석요구서가 전달되면 충분히 의견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최 씨 측은 21일 오후 변호인을 통해 딸 정유라 씨(20)의 체포영장 청구 소식을 전해 들었다. 정 씨 이야기만 나오면 눈시울이 붉어지며 말을 잇지 못한다는 최 씨는 정 씨의 귀국 여부를 궁금해하고 걱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차 준비기일은 이미 정해진 틀 안에서 법적인 세부 절차를 논의하는 수준이어서 최 씨는 현재로선 법정에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은 공판준비기일에 대리인을 법정에 세우면 출석하지 않아도 된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최순실#박근혜#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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