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머릿속 시한폭탄, 뇌동맥류… 뇌혈관검사로 파열 전 발견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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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열땐 치명적깵 사망률 30∼50%
뇌동맥류 100명 중 2명에서 발견
조기발견-지속적 추적관찰 중요

고려대 안암병원 뇌혈관클리닉
다학제 협진으로 최적의 치료

뇌출혈 수술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혈액이 뇌동맥류 안으로 더 이상 들어오지 않도록 동맥류 경부결찰술을 하는 것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뇌출혈 수술의 가장 확실한 방법은 혈액이 뇌동맥류 안으로 더 이상 들어오지 않도록 동맥류 경부결찰술을 하는 것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심장에서 뇌로 이어지는 머릿속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 뇌동맥류는 전 인구의 1∼2%, 100명 중 2명에서 발견되는 드물지 않은 질병이다. 환자 스스로 느낄 수 있는 전조증상이 없어 90% 이상이 파열된 후 발견되는데, 파열 후에는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해 3분의 1이 즉사하며 전체 사망률은 30∼50%에 육박할 정도로 치명적이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뇌동맥류가 있다는 것은 머릿속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뇌동맥의 혈관벽이 약해지고 구성 성분이 손실돼 약해진 부분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데, 크기가 5mm가 넘어가면 1년에 1%씩 파열 위험이 증가한다. 방치한 시간이 길수록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도는 높아진다.

 어떤 질병이든 조기 발견이 중요하지만 특히 뇌동맥류는 생명과 직결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행히 파열 전에 발견하는 환자들은 건강검진을 받을 때 뇌혈관검사를 선택적으로 추가했거나 다른 질병에 대한 검사 중 우연히 발견했을 경우다. 보통 자기공명혈관(MRA)촬영이나  컴퓨터혈관단층(CTA)촬영을 통한 뇌혈관 검사 시 발견되는데, 혈관의 비정상적인 변형이 확인되면 병변의 모양이나 크기, 위험인자 보유 여부에 따라 치료와 방법을 결정한다.

 고려대 안암병원 뇌혈관클리닉은 박동혁, 박경재 신경외과 교수를 중심으로 유성욱, 조경희 신경과 교수, 김병준 영상의학과 교수, 편성범 재활의학과 교수 등 각 분야 전문의료진의 체계적인 다학제 협진을 통해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찾아가며 환자가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박동혁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가 뇌동맥류 환자에게 병변 부위를 설명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박동혁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가 뇌동맥류 환자에게 병변 부위를 설명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제공


후유증 줄이는 신중한 수술법 선택해야

 사망률을 낮추고 후유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뇌동맥이 파열되기 전에 치료해 생명을 지키는 것이 최선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두개골을 열어 혈액이 뇌동맥류 안으로 더 이상 들어오지 않도록 동맥류경부결찰술을 하는 것이다. 이는 부풀어 오른 혈관에 직접 접근해 혈액 공급을 차단하는 것으로 완치율이 99% 이상 된다.

 동맥류의 입구가 좁은 경우나 고령, 또는 다른 질환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혈관 내 수술인 코일색전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이는 두개골을 열지 않고 허벅지 안쪽 혈관을 통해 가느다란 도관으로 뇌혈관까지 접근하는 혈관 내 중재술로 진행되며 비교적 짧은 시술시간과 입원 기간, 빠른 회복이 장점이다. 퇴원 후에는 백금코일로 폐쇄된 동맥류에 혈액이 재개통되지 않는지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뇌동맥류는 퇴행성질환의 일종이기 때문에 고령층에서 많이 나타나지만 젊은 사람에게서 발견됐다면 더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뇌동맥류의 크기가 비정상적으로 크거나 모양이 불규칙한 경우, 흡연 및 고혈압 등의 위험인자가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다발성 동맥류가 있는 경우라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유성욱 교수는 “뇌동맥류를 발견했을 때, 크기가 작고 파열의 위험이 적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지속적인 추적 관찰을 통해 위험도가 증가하지 않는지 살펴야 한다”고 설명하며 “금주와 금연 등 건강한 생활습관의 개선으로 위험요소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박동혁 교수는 “파열 가능성과 시술의 합병증 등을 충분히 고려해 신중하게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여러 요소의 경중을 비교해 각 분야 전문의들과 환자가 함께 결정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재 출혈시, 생존 보장 어려워


 응급심장질환이나 뇌경색과는 달리 뇌동맥류가 파열됐을 때는 무조건 빠른 치료가 좋은 것이 아니라 ‘최적의 타이밍’을 맞춰야 한다. 뇌동맥류 파열 후 병원을 찾은 환자는 1차 출혈이 멈춘 상태다. 만약 재출혈이 일어난다면 환자의 생존은 기대하기 힘들다.

 생명에 치명적인 재출혈이 일어나기 전, 그리고 환자의 상태가 가장 양호할 때를 찾아 수술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치료 경향은 가능한 파열 후 72시간 이내 조기 수술을 시행하는 것이나 특히 뇌부종이 심하고 뇌압이 높거나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의사의 신중한 판단으로 최상의 예후를 위한 최적의 타이밍을 찾아야 한다.

 박동혁 교수는 최근 워싱턴대 의대에서 뇌혈관 및 뇌종양 수술의 세계적 권위자인 세카 교수와 함께 연구와 수술에 참여했다. 환자를 위한 최신 수술법 도입과 더 나은 치료법 연구개발에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의료장비와 인프라는 이미 세계최고 수준으로 상향 평준화돼 있다”며 “중요한 것은 각 분야 전문의의 정확한 판단과 체계적인 다학제적 협진을 통해 환자에게 가장 좋은 치료법을 찾아 적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뇌동맥류의 치료는 수술이나 시술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추적 관찰과 재활에 이르기까지 환자 삶의 일부분으로 깊숙이 자리 잡아야 하기 때문에 꾸준한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의료진과 환자와의 유대감도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한편 고려대 안암병원은 뇌혈관클리닉을 확대한 뇌신경센터 오픈을 앞두고 있다. 환자들에게 더욱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또 줄기세포를 활용한 재생 및 재활치료 연구를 통해 후유 증상의 회복에도 힘쓰고 있다.

손희정 기자 sonhj@donga.com

Q 뇌동맥류는 언제 많이 나타나나


A 뇌동맥류 환자는 찬바람이 부는 겨울철과 일교차가 큰 초봄에 발생 확률이 높다. 혈압 변동폭이 커져 뇌동맥류 파열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Q 검사는 어떻게 하나


A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으로 확인 가능하고 뇌혈관 조영술로 좀더 정밀한 진단을 할 수 있다.

Q 전조증상이 있나

A △구토와 함께 갑자기 발생하는 극심한 두통 △일반적인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두통 △갑작스러운 의식 저하 △마비나 눈꺼풀 감김 △두통을 동반한 경련발작 등이 나타나면 뇌동맥류를 의심해보고 지체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뇌동맥류#뇌혈관검사#고려대안암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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