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죽음·진실 파헤친 책 주목… 한국문학의 힘 돋보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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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정유정·은행나무·1만3000원
 
인간에 대한 묵직한 탐구 담은 작품
 
 ‘7년의 밤’, ‘28’에서 강력한 서사의 힘을 보여준 저자가 사이코패스의 내면을 일인칭 시점으로 파고들었다. 피 냄새에 잠에서 깬 유진은 피투성이가 된 자신과 숨져 있는 어머니를 발견한다. 어머니의 일기와 유진의 기억이 교차되며 악의 근원을 향해 달려간다. 숨 가쁘게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묵직한 탐구가 담겨 있다. 5월 출간된 후 17만 권 넘게 판매됐다. 한국 문학의 외연을 한 차원 넓힌 작품으로, 한국형 스릴러 소설의 현재를 보여주고 미래를 예감하게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악의 기원과 점화에 대한 어두운 탐구가 역설적으로 삶의 찬란함을 불러온다는 분석도 나온다.

 “생존이 목적이 된 세상에서 무자비함이 살아남기 위한 진화의 결과라면 단죄가 가능한가.”(김태훈 팝칼럼니스트)

 “악의 문제를 윤리·도덕적 차원으로부터 이토록 자유롭게 다룰 수가 있을까? 지독했던 올여름 무더위를 견디게 해 준 최고의 동반자다.”(전상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숨결이 바람 될 때 폴 칼라니티/흐름출판/1만4000원

 신경외과 레지던트 막바지에 폐암 판정을 받은 미국 의사가 생을 돌아본 에세이. 남은 날이 얼마인지 가늠할 수 없음에도 아이를 갖고, 환자를 돌보며 일상을 이어간다. 의연하고 품격 있는 삶을 만날 수 있다. 8월 출간돼 11만 권 넘게 팔렸다.

 “죽음에 대한 의학적 관찰과 삶의 가치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아름다운 문체로 쓴 역작.”(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온 더 무브 올리버 색스/알마/2만2000원

 ‘의학계의 계관시인’으로 불리는 저자가 죽음을 앞두고 환희의 순간은 물론이고 고통까지, 매 순간을 놀라울 정도로 솔직하게 써내려갔다. 동성애, 약물중독으로 힘겨웠던 시간까지 밝히며 주어진 것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그리고 감사하다고 말한다. 충만한 삶이 무엇인지 확인시켜준다.

 “환자를, 지구를, 그리고 자신을 죽는 순간까지 똑바로 바라보고 성찰한 이의 회고록.”(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반비/1만7000원

 1999년 미국 콜럼바인 고교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 가해자의 어머니가 아들이 ‘괴물’이 된 이유를 찾기 위해 고통스러운 퍼즐을 맞춰간 과정을 담았다. 화목한 가정에서 사랑으로 키운 아이도 우울증을 앓을 수 있다고 말한다. 몸뿐 아니라 정신건강까지 챙겨야 한다고 호소하며, 더 많은 고통을 막기 위해 깊은 상처를 내보였다.

 “처참한 내면을 응시한 용기 있는 기록.”(염종선 창비 이사)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현대문학/1만4000원

 일본의 대표 작가인 저자가 글을 쓰게 된 계기, 글 쓰는 방식과 고뇌 등을 직설적으로 써내려간 에세이. 그만의 색깔과 문체를 만든 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다. 35년간 글쓰기를 순수한 기쁨으로 채워 나간 저자를 보며 일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을 힌트를 찾을 수 있다.

 “하루키가 하루키일 수 있는 이유를 생생하게 느끼게 해 준다.”(김형찬 고려대 철학과 교수)
 
가치관의 탄생 이언 모리스/반니/2만2000원

 에너지를 획득하는 방식이 사회 체계와 가치를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가치와 규범을 만들고 이를 유지하는 기반을 마련하면 환경 변화에 맞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시각으로 사회 구조를 해석했다.

 “가치관의 형성 과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흥미로운 책.”(강문종 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
 
리처드 도킨스 자서전1, 2 리처드 도킨스/김영사/1만9500원,2만4500원

 ‘이기적 유전자’, ‘만들어진 신’ 등으로 전 세계에 지적 충격을 준 저자가 삶의 궤적을 정리했다. 풍요로운 성장기와 역작이 탄생한 과정 등이 담겼다. 저자의 삶을 통해 한 시대의 주요 지적 담론을 아우르는 드문 경험을 할 수 있다.

 “위대한 과학자에게 신이 쥐여준 문학적인 펜. 예민한 감수성과 표현력 절정의 인생담.”(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풀꽃도 꽃이다1, 2 조정래/해냄/각 1만3800원

 아들의 서울대 진학이 생의 목표인 엄마와 학업 스트레스로 자살을 꿈꾸는 아들을 통해 교육 현장을 고발한 소설. 풍부한 취재를 바탕으로 공부 기계로 살아가는 아이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잘못된 교육제도에 대책없이 비굴하게 휩쓸린 우리를 꾸짖는다.”(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우리의 소원은 전쟁
장강명/예담/1만4800원

 북한 김씨 왕조가 붕괴된 후 북한을 배경으로 3일간 펼쳐지는 사투를 박진감 있게 묘사한 액션 스릴러 소설. 통일에 대한 현실적인 시뮬레이션조차 없는 이 시대에 기존 분단문학의 틀을 뛰어넘었다는 평가다.

 “빠르고 재미있으며 의미심장하다. 무엇보다 단단하다.”(유희경 시인)
 
거짓말이다 김탁환/북스피어/1만3800원

 세월호를 수색한 잠수사의 이야기를 통해 처참하고 믿기 어려운 현실을 생생히 고발했다. 소설이 당대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되묻는 작품.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는 의견이 많다.

 “논픽션 같은 픽션. 산자와 죽은 자의 포옹, 그리고 연대.”(정은영 남해의봄날 대표)
 
난생처음 한 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1, 2 양정무/사회평론/각 2만2000원

 미술사를 우리의 시각에서 쉽고 깊이 있게 정리했다. 출간을 위해 저자가 편집자들에게 강의한 후 이를 엮어 낸 시리즈. 대중성과 전문성을 함께 갖춘 예술 인문서 기획 출판의 새 이정표를 제시했다.

 “미술로 향하는 지름길이 하나 더 출현했다.”(주일우 문학과지성사 대표)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이민경/봄알람/1만2000원

 강남역 살인 사건 이후 여성들의 불안감이 커지던 상황에서 여성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만든 독립출판물도 시대의 문제에 발 빠르게 대응하면 독자에게 폭넓게 다가갈 수 있음을 증명했다.

 “독립출판의 성공, 주목할 만한 저자의 발굴.”(박상준 민음사 대표)
 
채식주의자 한강/창비/1만2000원

 어릴 적 자신을 문 개를 때려죽인 장면이 머릿속에서 맴돌던 여성이 육식을 거부하고 스스로 나무가 되어간다고 여기는 과정을 차분한 문체로 흡입력 있게 쓴 소설(2007년 출간). 맨부커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의 위상을 높였고 숱한 독자를 빨아들이며 올해만 60만 권이 판매됐다. 침체된 한국 문학에 활력을 불어넣은 일등공신이기에 ‘명예 올해의 책’으로 선정했다.
 

◆올해의 책 선정위원(가나다순·42명)

강동호(문학평론가) 강맑실(사계절 대표) 강문종(한국학중앙연구원 선임연구원) 강성민(글항아리 대표) 고운기(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김기중(더숲 대표) 김무곤(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선정(아트선재센터 관장) 김성곤(한국문학번역원장) 김수한(돌베개 편집주간) 김윤태(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김종호(소설가·검은책방흰책방 대표) 김태훈(팝칼럼니스트) 김형찬(고려대 철학과 교수) 김홍민(북스피어 대표) 곽효환(대산문화재단 상무) 박상준(민음사 대표) 백원근(책과사회연구소 대표) 백창화(숲속작은책방 대표) 서현(한양대 건축학부 교수) 안대회(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 안성열(열린책들 인문주간) 여태훈(진주문고 대표) 염종선(창비 이사) 염현숙(문학동네 대표) 오영욱(건축가) 유정연(흐름출판 대표) 유희경(시인·위트앤시니컬 대표) 윤철호(사회평론 대표) 이명학(한국고전번역원 원장) 이한상(대전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전상인(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정은숙(마음산책 대표) 정은영(남해의봄날 대표) 정재승(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주연선(은행나무 대표) 주일우(문학과지성사 대표) 표정훈(출판평론가) 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한성봉(동아시아 대표) 황덕호(재즈칼럼니스트)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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