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민간예술단체를 10년 넘게 운영하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후원, 공연장 임대, 예술가 지원 등 재정적인 문제에 부닥치는 경우가 많다. 1995년 창단된 서울발레시어터(SBT)는 국내의 대표적인 민간 직업 발레단이다.
21년간 SBT를 이끌어 온 김인희 초대 단장, 제임스 전 2대 예술감독 부부가 올해를 끝으로 물러난다. ‘제2의 도약’을 선언한 SBT는 내년부터 나인호 단장과 조현경 예술감독 체제로 운영된다.
5일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만난 김 초대 단장은 “직원들과 단원들에게 4대 보험과 월급을 작년까지 줬지만 올해부터 공연별 수당으로 바뀔 정도로 사정이 어렵다. 단원들도 30명에서 20명으로 줄었다. 그만큼 발레단 운영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자식을 키우는 마음으로 발레단을 운영해 왔는데, 이제 다 컸으니 독립할 때가 됐다”고 했다.
전용 공연장도 없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나 단장과 조 감독은 고민 끝에 후임으로 나섰다. 나 단장은 “이제 SBT는 청소년기를 지나 갓 성인이 됐다. 여러 가지로 재미있게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아 맡게 됐다”고 말했다. 유니버설발레단에서 활동하다 SBT 창단멤버로 활약한 나 단장은 2003년 과천시민회관에 입사해 공연장 운영과 행정실무능력도 지니고 있다.
앞으로 SBT는 보유하고 있는 작품들의 마케팅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나 단장은 “SBT가 보유한 100여 편의 작품을 국내외 단체에 판매하고, 기존 작품을 재창조하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과 인연이 없었던 좋은 무용수들을 외부 안무가와 연결하는 ‘허브(중심지)’로도 발전시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 초대 단장과 전 감독은 내년부터 SBT와 연계해 교육사업과 안무 작업, 후학 양성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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