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힘 기업에 작용했는지 봐야… 원점부터 수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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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특검]대통령 겨누는 수사
박영수 특검, 전방위 수사 예고

 “국민의 요구에 따른 수사, 통치권자 본인과 주변 등 국정 전반을 수사하는 것이어서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칠 12번째 특별검사의 첫마디는 국민이었다. 지난달 30일 임명된 박영수 특검(64·사법연수원 10기)은 모두의 염원을 잘 알고 있다는 듯 “국민주권의 명령에 따라 좌고우면하지 않겠다”고 강한 수사 의지를 피력했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구속 기소)의 국정 농단을 규명할 이번 특검은 ‘살아있는 권력’ 박근혜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있다. 측근이나 가족만이 아닌 대통령 본인이 의혹의 몸통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그 무게감은 여느 특검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특검의 하이라이트는 피의자 대통령 조사”


 헌정 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도 결국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지는 못했다.

 박 특검은 2일 “수사를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며 박 대통령을 반드시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천명했다. 그는 “기존에 검찰이 (미르·K스포츠)재단 기금의 본질을 직권남용 등으로 보는 건 구멍이 많다”고 지적하며 이를 깨고 뇌물죄 적용을 적극 검토할 것임을 시사했다. “대기업들이 거액의 돈을 내게 된 과정이 과연 무엇인지, 거기에 대통령의 역할이 작용한 게 아닌지, 즉 근저에 있는 대통령의 힘이 무엇이었는지를 봐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또 그는 “대통령에 대한 대면조사를 가이드라인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께서 거부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제수사 가능성에 대해선 “논란이 많다”며 일단 선을 그었다. 기소를 전제로 하지 않는 강제수사가 과연 가능한지, 현재 대통령이 피의자 단계인지 참고인 단계인지는 사건을 인계받아 검토한 후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국민은 대통령 조사 문제를 특검이 나서서 해결해 줄 것으로 적극 기대하고 있다. 다만 ‘국민의 요구’를 법과 절차보다 앞세우는 특검 수사는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삼성 비자금 사건 특검을 지낸 조준웅 전 인천지검장(76·2기)은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든, 스스로 하야하든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뒤에야 수사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한 뒤 “강제수사, 임의수사 구분 없이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기소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7시간 등 모두 수사” 박 특검의 선전포고


 박 특검이 수사 대상으로 삼는 기준은 역시나 ‘국민의 명령’이다. 그는 “세월호 7시간은 국민이 지금 제기하는 가장 큰 의혹 중 하나”라며 강도 높게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검찰에서 본격적인 수사가 안 되고 있는 박 대통령의 ‘약물 대리처방 의혹’도 특검이 밝힌 주요 수사 항목이다.

 특검법은 14가지 의혹과 함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들에 대해서 수사 범위를 정하고 있다. 그러나 박 특검은 법에 얽매이지 않고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검찰이 매듭짓지 못한 숙제들, 이를테면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입학 특혜 비리,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쏟아지는 비위 의혹들도 모두 수사 대상으로 올릴 방침이다. 그는 “일반인과 똑같이 소환해서 조사하고 또 다른 증거 자료를 수집해 사실관계를 특정한 다음 범죄가 된다고 판단되면 법대로 하겠다”고 했다.

 박 특검은 “유사종교적 문제로 이러한 여러 사건이 파생됐다면 당연히 들여다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최 씨 일가의 부정축재나 최 씨 부친인 최태민 씨의 유사종교 이슈로 수사의 외연을 확대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슈퍼 특검 인선도 수면으로 부상

 최대 105명으로 역대급을 자랑하는 ‘슈퍼 특검’의 인선도 점차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검사 출신인 박충근 변호사(60·17기)와 판사 출신이자 BBK 사건 특검보를 지낸 문강배 변호사(55·16기)가 특검보 후보자 8명에 이름을 올렸다. 현직 대통령 수사가 필요하다 보니 정치성이 문제가 될 수 있고 공소유지에도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고사하는 이가 많았다.

 특검팀의 수사팀장 제의를 수용한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56·23기)는 특검보 후보들과 수사팀 검사 후보들에게 직접 연락을 취하며 박영수 특검팀 참여를 적극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 안팎에선 “박 특검이 윤 검사를 기용해 큰 짐을 덜었다”며 두 사람이 수사에서도 찰떡 호흡을 맞출지 기대하고 있다. 2006년 3월 26일 대검 중수부가 일요일 아침에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했던 것처럼 성역 없는 동시다발적 수사가 이뤄질지도 관심거리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특검#박영수#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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