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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대체 실험’으로 무분별한 동물희생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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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대체 실험’으로 무분별한 동물희생 막는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16-12-02 03:00수정 2016-12-05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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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피부… 제브라피시… 소형 인공장기… 동물대체 실험 어디까지 왔나
매년 수백만 마리의 동물들이 화학약품 등의 안정성 평가를 위해 죽음을 맞이한다. 헛된 죽음을 막기 위해 과학자들은 대체 실험법을 개발 중이다. 동물자유연대 제공
 치약 안전성 검증에 설치류 800마리. 사람에게 해롭지 않은 살충제 제작엔 설치류 1만 마리.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화학물질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 매년 세계적으로 수백만 마리의 실험동물이 생을 마감한다. 안전성 검증에 동물실험은 피할 수 없지만 문제는 10개 중 9개의 제품이 임상시험에 실패한다는 점. 90%의 동물이 의미 없이 희생당하는 셈이다.

 인간들이 이 문제에 대해 대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우선 꼭 필요한 경우 이외엔 실험동물 사용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내에선 내년 2월 동물실험을 거쳐 만든 화장품의 제조 및 판매를 금지하는 ‘화장품법’ 개정안이 시행된다. 이 흐름을 타고 과학계에선 동물실험을 최소화하는 기술, 즉 ‘동물대체실험’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안전성 검증을 동물실험 이외의 방법으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는 화학물질 독성 평가에 쓰이는 ‘인공피부’다. 2년 전 국내 기업 바이오솔루션은 한국인 유래 인공피부 ‘케라스킨(Keraskin-VM)’을 개발했다. 인간의 피부 표피를 배양해 만든 이 인공피부는 수분함량이나 전기전도도가 실제 사람 표피와 유사하다. 관련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석승혁 서울대 의대 교수팀은 케라스킨을 이용해 감작물질(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구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동물대체실험법학회지’ 2016년 12월 호에 발표했다. 석 교수는 “제한적이지만 동물실험 없이 독성을 평가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실험동물의 종류를 바꿔 최소한 고등동물의 희생만이라도 줄이려는 움직임도 있다. 한국화학연구원을 주축으로 올해 5월 출범한 ‘한국 제브라피쉬 플랫폼 사업단’이 대표적이다. 제브라피시는 성체가 3∼4cm 정도인 담수어로, 유전자나 세포조직이 인체와 유사하다. 세포실험과 포유동물실험의 중간 단계에 적용하면 희생되는 고등동물의 수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화장품 이외의 분야에서도 동물대체실험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김미주 연세대 치대 교수는 인체에서 떼어낸 세포를 배양해 임플란트, 아말감 같은 치과재료의 생물학적 안정성을 동물실험 없이 평가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최근 생명과학계에서 주목받는 ‘오가노이드’ 기법도 각광받고 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나 장기세포에서 분리한 세포를 배양하거나 재조합해서 만든 실험용 소형 장기다. 지금까지는 항암제 개발 과정에서 환자의 종양세포를 채취해 실험용 쥐에게 이식하고, 쥐에게 실험용 약물을 투약해 효과가 있을 경우 임상시험에 도입했다. 오가노이드로 이 과정을 대체하면 실제동물과 임상시험에서 상반된 결과가 나오는 것도 피할 수 있다.


 동물대체실험의 한계 역시 존재한다. 인간 생식기에 대한 독성 평가, 정자와 난자에 미치는 영향, 대를 이어 전해지는 유전학적 영향 등은 아직 동물실험 외에 해법이 없어 좀 더 다양한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엔 동물대체실험 전문기관도 들어섰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은 총 사업비 166억 원을 투입해 ‘동물대체시험센터’를 11월 16일 전남 화순군에 개소했다. 성낙원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과장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동물실험을 이용해 개발한 제품의 판매금지 법안이 나오면서 신뢰성 있는 동물대체실험 결과가 한층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
#동물대체 실험#인공피부#제브라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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