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일본의 우경화, 아베만의 문제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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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화하는 일본 정치/나카노 고이치 지음/김수희 옮김/228쪽·8900원·AK

 이 책은 일본 정치의 우경화가 언제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담은 통시적 해부도다.

 지금의 일본 우파는 과거 우파와 다르다. 구(舊)우파는 미소 냉전 구도 속에서 1955년 보수 합동으로 자유민주당(자민당)이 만들어지며 형성됐다. 이른바 ‘55년 체제’다. 구우파 연합은 개발주의, 업계·이익단체의 조직적인 투표와 정치헌금을 바탕으로 계층적 사회를 온존시키면서 경제성장의 결실을 재분배한 정치적 후견주의로 요약할 수 있다.

 냉전 종식과 더불어 신우파가 등장했다. 전환을 이끈 인물이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이다. 개인적으로 복고적 국가주의 지향을 갖고 있던 나카소네는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중국, 한국을 ‘배려’해야 한다는 국제협조주의로 나아갔다. 그러나 이후 자유경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군사적인 면에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1993년 일본을 ‘보통 국가’로 바꾸겠다는 오자와 이치로의 ‘일본 개조 계획’이 그 결정판이다. 신우파는 경제적으로는 신자유주의 개혁을 도입했다.

 일본 조치대 국제교양학부 교수인 저자는 신우파의 양 날개를 이루는 신자유주의와 국가주의를 각각 경제적 자유주의와 정치적 반자유주의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유와 반자유의 공존은 글로벌 기업 엘리트와 보수 통치 엘리트의 이해가 일치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또 강한 국가가 자유경제에 대한 사회의 저항을 억누를 수 있기 때문에 두 이념은 정치적으로 보완적이다.

 책은 일본 정치가 좌우로 진동해온 듯하지만 좌표축 자체가 이미 30년 전부터 조금씩 오른쪽으로 옮겨온 탓에 아베 신조 정권이 물러나도 일본 정치의 우경화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종엽기자 jjj@donga.com
#우경화하는 일본 정치#나카노 고이치#아베#일본 우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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