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佛-美 작가가 그린 두 한국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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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서의 겨울/엘리자 수아 뒤사팽 지음/이상해 옮김/184쪽·1만2000원/북레시피
◇소주클럽/팀 피츠 지음/정미현 옮김/320쪽·1만3800원/루페

 한국과 이국을 넘나드는 소설 두 권이 나왔다. 한국계 프랑스 작가 엘리자 수아 뒤사팽의 ‘속초에서의 겨울’과 미국 작가 팀 피츠의 ‘소주클럽’이다.

 두 권 모두 한국을 배경으로 삼는다. 우선 흥미로운 건 각자의 국적에 따라 소설 분위기도 다르다는 것. ‘속초…’에는 프랑스 소설 특유의 쓸쓸함과 애틋함이 있다. ‘소주클럽’은 수다스럽고 유쾌하다.

 ‘속초…’의 주인공은 항구 도시 속초에 사는 혼혈 여성이다. 그의 아버지는 프랑스인이지만 그는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프랑스로 떠난 아버지를 만난 적이 없다. 속초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주인공은 펜션에 묵게 된 프랑스 만화가와 교류하면서 자신이 선 자리, 자신이 갖고 있는 외로움을 들여다보게 된다. 작가는 두 사람이 나누는 짧고 간결한 대화, 섬세한 문체를 통해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주인공의 내면을 드러낸다. 주인공의 부유(浮遊)하는 마음이 작가 자신의 내면이기도 하다는 것은 짐작되는 바다.

 ‘소주클럽’의 설정은 흥미롭다. 미국 작가가 썼지만 등장인물도 한국인이고 배경도 한국이다. 이야기도 한국 가정의 사연이다. 작가는 2000년대 초 5년 정도 한국에서 살았고 한국 여성과 결혼했다. 소설의 주인공 원호에게 어느 날 날아온 소식은 거제도에 살고 있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황혼이혼 위기에 처했다는 것. 밥 먹듯 바람을 피우면서도 둘러대며 살아온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확실하게 꼬리를 잡혀서다. 고향을 찾은 원호의 임무는 부모가 예전처럼 ‘지지고 볶으면서’ 살게 하는 것. 작가는 부모를 화해시키려고 원호가 동분서주하면서 묵었던 가족의 상처가 하나하나 끄집어져 나오는 과정을 담는다. 소주와 막걸리, 잡채 등 원호와 부모가 먹고 마시는 한국 술과 음식도 소설에 자연스럽게 곁들여진다. 미국 작가여서 어색한 대목도 있지만 한국에 대한 작가의 이해와 애정이 느껴진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속초에서의 겨울#엘리자 수아 뒤사팽#소주클럽#팀 피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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