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휴가’뒤 김기춘 전면에… 김종-김종덕 잇달아 자리 꿰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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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김기춘 커넥션 의혹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최순실 씨를 몰랐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오히려 가장 깊숙이 개입한 인물로 봐야 한다.”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캠프에 참여한 한 인사는 18일 이렇게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뒤 일관되게 “최 씨를 모른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김 전 실장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최 씨에게 소개했다는 진술이 나오면서 ‘김기춘-최순실 커넥션’ 의혹의 실체가 규명될지 주목된다.
○ “김기춘이 소개” vs “정신 이상”

 여권 관계자는 “최 씨와 차은택 씨 등이 대통령의 권위를 등에 업고 막무가내로 일을 벌이면 법적이나 행정적으로 문제가 없도록 뒷받침한 게 김 전 실장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 전 실장과 함께 박 대통령의 핵심 자문그룹이었던 ‘7인회’의 한 인사도 사석에서 “우리도 최 씨를 알고는 있는데, 김 전 실장이 최 씨의 존재를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전 차관이 그런 말을 했는지 믿을 수 없고, 했다면 그 사람은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며 완강히 부인했다. 이어 “(김 전 차관은) 차관이 되기 전에는 일면식도 없던 사람”이라고 했다. 김 전 차관 주변에선 김 전 실장이 검사 재임 시절 재력가였던 김 전 차관의 아버지와 가까웠다는 증언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도 과거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차관의 형제가 일식집을 하는데, 김 전 실장이 단골이었고 김 전 차관의 부친과도 오랜 친분이 있다”고 했다. 김 전 차관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지인들에게 “(재임 중) 김 실장이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저도 휴가를 다녀온 뒤 취임 159일 만에 단행한 허태열 초대 비서실장 교체도 미스터리다. 허 전 실장은 ‘윤창중 성추문’과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등 출범 6개월 만에 박근혜 정부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자신의 인사 개입까지 문제가 돼 ‘조기 경질’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박 대통령과 김 전 실장, 최 씨의 ‘저도 휴가 회동’을 거쳐 장막 뒤에 있던 김 전 실장이 전면에 등장했다는 여권 핵심 인사의 주장도 새로 나왔다. 김 전 실장은 “픽션, 헛소리다. 당시 수술을 받고 후유증 치료할 때이다”라고 강하게 부인했다.

 김 전 실장은 박 대통령이 18대 대선 출마를 준비하던 2006년 무렵부터 지근거리에서 박 대통령을 보좌했다. 2007년 대선 경선이 본격화하자 김 전 실장은 법률자문위원장을 맡아 최태민 목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방어 전략을 세우는 등 막후에서 박 대통령을 엄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박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유영하 변호사도 이때부터 김 전 실장과 손발을 맞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박 대통령의 검찰 조사 대응도 김 전 실장이 총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 국정 농단의 배후?

 2013년 8월 김 전 실장이 전면에 등장한 후 그의 재임 기간(2013년 8월∼2015년 2월)에는 이해하기 힘든 인사가 적지 않았다. 대통령비서실장은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겸한다.

 김 전 실장이 ‘최순실-차은택 배후’로 지목되는 이유다.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한 CF 감독 차은택 씨의 비리 혐의에 깊이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차관 임명도 김 전 실장이 인사위원장을 맡고 한 달 뒤 이뤄졌다. 차 씨의 대학 은사인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과 차 씨의 외삼촌인 김상률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의 임명은 각각 2014년 9월과 12월에 단행됐다. 김종덕 전 장관을 임명하기 전인 2014년 7월에는 후임 장관이 정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유진룡 당시 문체부 장관을 전격 면직 처리해 그 이유를 두고 무수한 뒷말을 낳았다.

 최근 언론이 보도한 고 김영한 전 대통령민정수석의 ‘비망록’에는 김 전 실장의 전횡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 나온다. 그의 비망록에는 ‘장(長)’이라는 표기 옆에 “문화예술계의 좌파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 등 김 전 실장의 지시로 보이는 글이 빼곡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제기한 ‘만만회 비선 의혹’과 관련해선 “박지원 항소심 공소 유지 대책 수립” “시민단체 통해 고발”이라고 적혀 있다. 실제 박 위원장은 이후 보수 성향 시민단체에 의해 검찰에 고발됐다.

길진균 leon@donga.com·한상준·송찬욱 기자
#저도#김기춘#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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