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추천부터” “촛불민심과 달라”… 수습방안 엇갈린 야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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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정국]구체적 대책 못낸 3野 대표 회동

정세균 국회의장이 17일 국회의장실에서 ‘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법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여야 3당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정 의장,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정세균 국회의장이 17일 국회의장실에서 ‘최순실 게이트’ 특별검사법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여야 3당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정 의장,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황교안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 “촛불 민심은 총리 추천을 급선무로 보지 않는다.”

 17일 야 3당 대표가 모였지만 국정 수습의 구체적 합의를 내지 못한 데에는 이 두 의견의 거리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수단의 선후(先後)를 놓고는 복잡한 속내가 있다는 것이다. 20일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의 제안으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한 야권 대선 주자들이 자리를 함께하지만 ‘퇴진 로드맵’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 탄핵소추의 시점을 결정하는 일만 남았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 秋, ‘총리 추천 먼저’ 거절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50분가량 비공개 회동을 하고 △박 대통령 퇴진 범국민 서명운동 전개 △검찰에 박 대통령 피의자 신분 철저 수사 촉구 등에 합의했다.

 국민의당 박 위원장은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야 한다”라고 했지만 추, 심 대표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먼저 퇴진을 밝히지 않고 수시로 입장을 바꾸는 상황에서 국회 총리 추천 논의는 좀 섣부른 것 아니냐”라며 “국민이 요구하는 퇴진 운동에 더 총력 집중을 할 시기”라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박 위원장은 “박 대통령과 여야 영수회담을 해서 (국회가) 총리를 합의 추천할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라며 “제일 중요한 게 총리의 선임”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이 퇴진했을 때 ‘최순실 게이트’의 방조자로 낙인찍힌 황교안 현 국무총리가 권한대행을 맡게 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야권에서는 이 같은 이유로 ‘선(先) 총리 추천’이 정치적 수습의 서막이라는 시각이 조금씩 늘고 있다. 야권 원로인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페이스북에 ‘총리 교체가 시급하다’는 글을 올렸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같은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처럼 힘의 진공 상태를 그냥 두는 것보다는 총리라도 먼저 교체해 대통령 권력을 축소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당과 정의당은 총리 교체가 당장의 ‘촛불 민심’과 거리가 멀다는 이유로 부정적이다. 추 대표의 돌발적 양자회담 제안과 철회 논란으로 민심의 불에 덴 민주당은 더 그렇다. 윤 대변인은 “국민이 대통령 하야를 세게 밀어붙이는데 총리 얘기를 하면 민심과 괴리감이 있을 것 같다”라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하야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박 대통령에게 총리 임명을 구걸할 일이 있느냐”라고 말했다. 총리 인선을 놓고 국회가 갑론을박을 벌이면 대통령 퇴진이라는 이슈가 덮일 수 있다는 전술적 우려도 여전하다.

 박 대통령이 퇴진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해답은 탄핵밖에 없게 됐다는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국민은 퇴진, 국회는 탄핵’이라는 두 개의 수레바퀴를 굴릴 순간이 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밖의 퇴진 서명운동과 촛불 집회, 안의 특검 및 국정조사를 하면서 탄핵으로 가는 순서”라고 말했다. 김종인 전 대표도 “탄핵이 정권을 연장하는 꼼수라고 하는데, 헌법재판소 재판관들도 국민의 열기를 이기지는 못한다”라며 탄핵을 주장했다. 그러나 총리 교체 없이 탄핵 절차에 돌입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역시 황 총리가 권한대행을 맡는 문제가 발생한다.

○ 야권 대선 주자 한자리에

 20일 모일 예정인 문 전 대표, 안 전 대표를 비롯한 야권 대선 주자들이 어떤 공통된 수습 방안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박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의원, 이재명 성남시장은 17일 안 전 대표의 제안을 수락했고,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긍정적이다. 안 전 대표의 구상은 1980년대 중반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등 정치권과 재야 인사들이 참여한 민주화추진협의회를 연상시킨다는 분석이다.

 안 전 대표 측은 “퇴진의 한목소리를 내는 것 말고도, 검찰 수사 압박, 책임총리 논의, 새누리당 비박계 합류 여부 등이 논의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대선 주자들까지도 야 3당과 함께 퇴진 운동에 힘을 실어 준다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목소리를 모았다는 상징적인 의미 말고 큰 성과는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민동용 mindy@donga.com·유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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