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드림]“아이디어-기술력 앞에 국경은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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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무대서 주목받는 스타트업들

김영진 컨트릭스랩 대표(오른쪽), 김태성 아이오로라 본부장이 스마트폰으로 자신들의 회사 서비스를 보여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김영진 컨트릭스랩 대표(오른쪽), 김태성 아이오로라 본부장이 스마트폰으로 자신들의 회사 서비스를 보여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국내에선 제품을 팔 곳이 없어 곧장 해외로 눈을 돌렸죠. 아이디어와 기술력만 있다면 국경이나 언어 등은 문제될 게 없더라고요.”(김태성 아이오로라 본부장)

 키오스크(KIOSK·무인정보단말기) 시스템 업체인 ‘아이오로라’는 회사 설립 3년 만에 중국 최대이자 전 세계 1위 영화관 업체인 ‘완다시네마’와 손을 잡았다. 발권 기능이 있는 일반 키오스크에 ‘포토 티켓’이라는 아이디어를 가미한 덕분에 이뤄낸 쾌거다. 웹 기반의 3차원(3D) 첨단 기술을 보유한 ‘컨트릭스랩’ 역시 싱가포르, 일본에 진출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국내에서 창업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국 시장을 넘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스타트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김영진 컨트릭스랩 대표는 “사업 구상 단계부터 협소한 국내 시장이 아닌 해외 진출을 생각해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스타와 함께한 사진이 티켓에 ‘쏙’

지난해 4월 미국에서 열린 박람회에서 현지 기업 관계자들이 아이오로라의 키오스크를 시연해 보고 있다. 아이오로라 제공
지난해 4월 미국에서 열린 박람회에서 현지 기업 관계자들이 아이오로라의 키오스크를 시연해 보고 있다. 아이오로라 제공
 2013년 설립된 아이오로라는 직원 6명이 전부였다. 처음에는 국내 프로 스포츠 구단의 현장티켓 발권 업무를 대행해주는 일로 사업을 꾸려나갔지만 장영수 아이오로라 대표의 관심은 키오스크 시장이었다.

 아이오로라는 지난해 4월 포토 티켓 기능이 추가된 ‘스타포토 키오스크’ 제품을 개발했다. 고객들이 키오스크를 통해 영화 속 주인공들을 배경으로 셀프 촬영을 하면 발권된 영화 티켓 뒤에 해당 사진을 출력해주는 시스템이다. 촬영된 사진은 QR코드를 이용해 휴대전화에서 내려받을 수 있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친구들과 공유할 수도 있다. 아이오로라 측은 “고객들이 티켓 발권만 하고 자리를 뜨는 게 아니라 키오스크에서 좀 더 많은 시간을 머물게 된다. 결국 키오스크를 통한 광고 효과도 더 커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참신한 아이디어였지만 사업 초창기엔 힘든 점도 많았다. 신생 기업이다 보니 선뜻 투자를 하겠다는 기업이 없었고, 판로 개척은 더 어려웠다. 김태성 본부장은 “국내 영화관 업체에 연락하니 ‘납품하는 대신 기술을 넘겨라’는 식으로 회유했지만 헐값에 기술을 넘길 순 없었다”고 말했다.

 판로 개척의 돌파구는 중국 시장이었다. 중국에서 가장 큰 영화관 업체이자 전 세계 1위인 완다시네마는 아이오로라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알아보고 납품 계약을 맺었다. 총 5000대의 키오스크를 공급하는 조건으로 300억 원을 지급하는 ‘대박’ 계약이었다. 중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국내의 영화관과 스포츠 경기장에도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아이오로라는 티켓 발권형 키오스크 성장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말부터는 군 장병들에게 편지나 기프티콘을 전송하는 ‘아들에날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김 본부장은 “병사들이 부대 안에서 쓸 수 있는 기프티콘을 제작하려면 PX에서 판매되는 물품 정보가 있어야 한다. 한국문화정보원에서 지원해준 국방부의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어려움을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 박물관 유물을 어디서나 3D로 감상

컨트릭스랩은 첨단 3차원(3D) 기술을 통해 PC나 모바일 환경에서 별도의 프로그램 없이도 높은 수준의 화면을 구현한다. 컨트릭스랩 제공
컨트릭스랩은 첨단 3차원(3D) 기술을 통해 PC나 모바일 환경에서 별도의 프로그램 없이도 높은 수준의 화면을 구현한다. 컨트릭스랩 제공
 지난해 2월 설립된 컨트릭스랩 역시 해외 여러 나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은 스타트업이다. 창업한 지 2년도 안 된 신생 기업이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도 서비스 공급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비결은 차별화된 ‘3D 구현 기술’ 때문이다. 김영진 대표는 “기존에는 3D로 보려면 전용 프로그램이나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해야 했다. 하지만 컨트릭스랩을 이용하면 PC나 모바일에서 아무것도 설치하지 않고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컨트릭스랩은 올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정보원이 주관하는 문화데이터 활용 사업화 지원 대상에 선정돼 국내 23개 박물관의 정보를 무상으로 지원받았다. 현재 이 정보를 이용해 국내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가상박물관’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김 대표는 “박물관에 가지 않아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유물을 마음대로 늘이거나 회전시키며 감상할 수 있다”면서 “특히 이용자가 직접 유물을 3D 프린터로 출력할 수 있도록 관련 파일까지 제공한다”고 밝혔다.

 컨트릭스랩의 첨단 3D 기술은 박물관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싱가포르의 유명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컨트릭스랩의 기술을 적용해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고객들이 사려는 제품을 마치 손에 들고 있는 것처럼 꼼꼼히 관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근에는 중국 광저우 지역의 체험관과 손잡고 현장에 가지 않아도 체험을 할 수 있는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자신의 사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20여 년 동안 이동통신 업계에 몸담았다. 수년 전 3D 기술에 관심을 가진 김 대표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시간을 쪼개 관련 공부를 하며 내공을 키워왔다. 김 대표는 “요즘 젊은이들은 분위기에 휩쓸려 무작정 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면서 “사전에 충분한 노력과 검토 없이 뛰어든다면 초반에 ‘반짝’ 성공하더라도 결국 무너지기 마련”이라고 조언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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