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포츠재단 설립이후 첫 국제행사…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 차명회사가 따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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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평창올림픽 이권도 노렸나]행사비 9000만원중 5000만원
설립 3개월된 ‘더스포츠엠’ 수주… 최씨 측근 K스포츠 과장이 계약
장씨 주도 스포츠영재센터 직원, 더스포츠엠 초대 등기이사 등재

90m 거리에 있던 장시호 관련 사무실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지난해 6월 설립을 주도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사무실이 있던 건물(왼쪽 사진)과 장 씨가 차명으로 설립한 스포츠마케팅 업체 더스포츠엠 사무실이 있던 단독 
주택(오른쪽 사진)은 9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90m 거리에 있던 장시호 관련 사무실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지난해 6월 설립을 주도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사무실이 있던 건물(왼쪽 사진)과 장 씨가 차명으로 설립한 스포츠마케팅 업체 더스포츠엠 사무실이 있던 단독 주택(오른쪽 사진)은 9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K스포츠재단이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개명 전 장유진·37) 씨가 차명(借名)으로 설립한 회사에 용역사업을 몰아준 정황이 1일 확인됐다. 공익 목적으로 설립했다는 재단의 자금을 최 씨가 허위 용역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유용한 정황이 드러난 데 이어 최 씨 일가는 차명 회사를 앞세워 ‘합법적으로’ 따낸 것이다. 장 씨는 최 씨의 언니 순득 씨의 딸이다.

 K스포츠재단은 6월 23일 서울 송파구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2016 국제 가이드러너 콘퍼런스’를 열었다. 1월 재단 설립 후 처음 주최한 이 국제 학술행사에는 9000만 원이 들었으며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 한국특수체육학회가 후원했다.

 문제는 콘퍼런스 진행 용역업체로 3월 설립된 신생 스포츠마케팅 업체인 ‘더스포츠엠’이 선정됐다는 점이다. 등기이사 1명, 자본금도 1000만 원에 지나지 않는 더스포츠엠은 이렇다 할 경력도 없어 국제 행사를 치르기엔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더스포츠엠은 두 장짜리 간단한 견적서만 제출하고도 경쟁 업체를 제치고 사업을 따내 약 5000만 원을 받았다. 발주처인 K스포츠재단에서는 최 씨가 실소유한 더블루케이를 오가며 일한 박모 과장이 계약했다. 그는 최 씨의 최측근 가운데 한 명으로 분류된다.

 1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실과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더스포츠엠은 장시호 씨가 K스포츠재단 사업을 따내기 위한 목적으로 세운 차명 회사다. 작은 회사였지만 자사 명의로 대표의 운전기사 모집 광고를 내기도 했다.

 더스포츠엠의 초대 등기이사로 등재한 이모 씨(29)는 지난해 6월 장 씨가 설립을 주도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직원이었다. 그는 영재센터가 동계스포츠 영재 육성사업 명목으로 2억 원을 지원받기 위해 문체부 산하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담당자 이모 과장’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영재센터는 별다른 실적이 없던 신생 단체로는 이례적으로 올해까지 6억7000만 원의 예산을 따내 특혜 논란이 일었다. 영재센터 사무총장으로 불리며 행정을 총괄한 장 씨는 직원을 대리인으로 내세워 차명 회사 설립을 지시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영재센터 직원이 더스포츠엠에 가서 일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영재센터 건물 관계자는 “영재센터 직원이 센터 사무실은 창고처럼 쓰고 정작 업무는 더스포츠엠 건물에서 봤다”고 증언했다. 두 회사의 사무실은 불과 9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지자 두 사무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더스포츠엠은 인터넷에 남은 회사의 기록마저 깨끗이 정리했다.

 더스포츠엠은 이 씨의 후임으로 장 씨와 연세대 동문이자 K스포츠재단 전 이사인 이철원 연세대 교수의 제자인 한모 씨(35)를 내세웠다. 하지만 한 씨는 “후배 소개로 면접을 보고 입사했다. 이사로 이름을 올렸지만 그냥 직원일 뿐이지 주인이 누군지도 모른다”며 자신은 실제 회사 주인이 누군지도 모르는 ‘바지 사장’이라고 주장했다.

박훈상 tigermask@donga.com·신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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