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 “최순실이 추진하는 일 다 이뤄져… 대통령 가족 같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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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꼬리 무는 의혹]재소환 직전 채널A와 인터뷰


 “대통령과 가족처럼….”

 10년간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최측근으로 활동한 고영태 더블루케이 이사(40·사진)가 30일 채널A 단독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 씨의 관계를 ‘가족’으로 묘사했다. 그는 “대통령인데 가족, 대통령과 가족처럼(보였다)”이라고 밝혔다. 25일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에서 최 씨를 “과거 제가 어려움을 겪을 때 도와준 인연”이라고 표현한 것보다 훨씬 친밀한 관계인 것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최 씨가 정부의 문화·체육사업에 관여한 사실을 인정했다.

○ “최 씨 권력욕심 없어” 두둔하기도

 고 이사는 더블루케이 한국 및 독일 법인 모두에 임원으로 이름을 올려 K스포츠재단 자금 모금과 최 씨의 유용 의혹을 밝혀줄 ‘키맨’으로 꼽힌다. 그는 최 씨가 박 대통령과 ‘가족’ 같은 관계임을 이용해 재단 설립과 모금에 관여했음을 인정했다. 그는 “(최 씨가 추진하는 일이) 다 이루어지는 게 의아했다”며 “(대통령과) 몇십 년을 같이 지낸 사람이면 그럴 수 있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 씨가 박 대통령에게 부탁하면 모든 일이 해결됐다는 뉘앙스다.

 고 이사는 최 씨가 박 대통령의 문화융성 정책에 개입한 사실도 증언했다. 박 대통령은 7월 24일 대기업 총수 간담회에서 국정의 4대 정책기조 중 하나인 문화융성을 강조하며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고 이사는 “(최 씨가) VIP(박 대통령)가 이야기한 문화융성이 문제없이 잘되도록 서포트(도움)하려고 했다. 중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문제였다”고 밝혔다. 최 씨가 선의로 박 대통령을 도왔다는 것이다. 그는 “(최 씨가 대통령과 가까운데도) 권력 욕심이 없었다. 그러니 의아했다”며 국정 농단 의혹을 받는 최 씨를 두둔하기도 했다.

○ “최순실 청와대 방문 본 직원 없어”

 고 이사는 박 대통령의 연설문과 국정 문서가 저장돼 있는 태블릿PC의 주인은 자신이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주변에서 나를 PC를 못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것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쓸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 ‘태블릿PC를 고 씨가 가지고 다녔다’는 최 씨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그는 “태블릿PC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고 이사는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미리 보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는 “어떻게 하다가 보게 됐다. 속으로 긴장했다”며 “(최 씨가) 이런 것까지 하는구나,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정한 사실을 처음 폭로한 인물이다. 최 씨의 청와대 방문 의혹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본 직원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고 이사는 1998년 방콕 아시아경기 금메달리스트다. 2009년 마약 투약 혐의로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기도 했지만 이후 박 대통령이 고 이사가 운영하는 빌로밀로 가방을 메면서 유명해졌다.

 한편 30일 검찰은 고 이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재소환해 조사했다. 고 이사는 재소환 직전 채널A와 인터뷰했다.

서상희 채널A 기자 with@donga.com
#최순실#박근혜#청와대#국정#고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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