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전격 압수수색에 당황… “임의제출이 원칙” 檢진입 막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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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靑-檢 압수수색 충돌]영장집행 불응한 靑
수십명 검사-수사관 들이닥치자 “국가보안시설 경내 진입 안돼” 우병우 등 “이럴 수 있나” 격앙

강공 선회한 檢
대검, 법무부에 미리 통보안해… “필요없는 자료만 넘겨줘” 불만… 靑과 의견충돌 과정도 공개

 30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을 놓고 청와대와 검찰의 힘겨루기가 이틀째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날 최순실 씨 국정 농단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대해 “국가 보안시설인 청와대는 임의제출이 법 규정이며 관례”라며 거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지만 법 절차는 지켜야 한다”면서 “청와대는 국가 보안시설로 법적으로 압수수색을 위한 청와대 진입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전날에도 검찰의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 집행 요구에 “임의제출이 원칙”이라며 “필요한 자료를 건네주겠다”고 반대했다.

 청와대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는 형사소송법 110조와 ‘해당 공무소(公務所)가 직무상의 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한 때에는 그 소속 공무소의 승낙 없이는 압수하지 못한다’고 돼 있는 111조를 압수수색 거부의 근거로 들고 있다. 실제 지금까지 검찰이나 특별검사가 청와대를 압수수색한 전례는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관련자의 범위와 사안의 엄중함이 이전 사례들과는 현저하게 차이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 씨와의 관련성을 인정했고, 청와대의 참모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핵심으로 꼽히는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이 연루돼 있다. 특히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에는 모두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압수수색의)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청와대의 자의적인 판단만으로 거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당장 야당에서는 “국민의 분노를 듣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번 사건에 특별검사가 도입되면 다시 한 번 압수수색 문제로 청와대와 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청와대 압수수색을 ‘더 이상 청와대로부터 휘둘리지 않겠다’는 선언적 의미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동안 검찰과 청와대는 아슬아슬한 밀월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대검찰청에 청와대 압수수색 계획을 알렸음에도 대검은 이를 법무부에 통보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29일 오후 2시경 수십 명의 검사와 수사관이 들이닥치자 청와대는 상당히 당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압수수색에 대해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은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 과정에서 청와대와의 의견 충돌을 외부에 알리는 데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29일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의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보안 문제를 이유로 제출할 수 없다’고 하자 검찰은 “필요 없는 자료만 청와대가 넘겨줬다”고 불만을 표했다. 청와대가 국가기밀 등을 이유로 압수수색 불승인 사유서를 제출했을 때에는 “검찰 압수수색이 지장을 받게 됐다. 수긍할 수 없는 조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틀에 걸친 검찰의 공세에 청와대는 30일 주요 수사 대상자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보고·결재 공문서 등 주요 자료를 박스 7개 분량으로 제출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김준일 기자
#최순실#박근혜#청와대#비서진#검찰#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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