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덕 前문체부 장관, 평창 마스코트로 진돗개 고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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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파장 어디까지]
조직위 반대에도 선정 밀어붙여… IOC “개고기 연상” 반대해 무산
김종덕, 미르 실세 차은택과 사제지간… 최순실 입김 여부 등에 관심쏠려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올림픽 마스코트로 박근혜 대통령의 애완동물인 진돗개를 선정하려다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최순실 씨의 측근으로 미르재단 설립을 주도한 차은택 씨와 사제지간인 김종덕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조직위 내부의 반대에도 진돗개 선정을 밀어붙여 그 배경에 의혹이 쏠리고 있다.

 평창 조직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 4월 당시 조양호 조직위원장은 스위스 로잔에 있는 IOC 본부를 찾아 평창 겨울올림픽의 마스코트로 진돗개를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IOC는 “한국인들이 개고기를 먹는 것 때문에 가뜩이나 이미지가 좋지 않은데 개를 마스코트로 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며 교체할 것을 요구했다.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조 위원장이 IOC 본부에 가기 전 조직위 내부에서도 IOC가 개고기 식용을 이유로 반대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김종덕 당시 장관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진돗개를 고집하며 밀어붙였다”고 밝혔다. 조직위의 또 다른 관계자는 “IOC의 반대로 진돗개가 마스코트로 선정되지 못하자 김 장관은 물론이고 청와대에서까지 조 위원장이 무능해서 IOC를 설득하지 못했다면서 화를 많이 냈다고 들었다”며 “조 위원장 측에서는 억울하다고 분개했지만 그렇다고 내놓고 반발할 수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후 조 위원장은 5월 3일 전격 사퇴했다. 당시 조직위는 “조 위원장이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등 긴급한 그룹 내 현안 수습을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발표했지만 조 위원장의 사퇴에 외부 압력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많았다.

 조직위는 5월 12일 조 위원장의 후임으로 이희범 위원장을 선임하고, 6월 2일 IOC의 승인을 받아 흰호랑이를 마스코트로 최종 확정해 발표했다. IOC의 거부로 마스코트 발표 시기가 예정보다 늦춰지자 5월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실의 관계자는 “너무 늦어진다는 여론이 있으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조직위 관계자는 “IOC로부터 진돗개가 퇴짜를 맞는 바람에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며 “애초부터 호랑이를 선정했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이 조직위의 반대에도 진돗개를 고집한 이유에 대해 조직위 관계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의식했기 때문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진돗개를 키웠던 박 대통령은 2013년 대통령 취임식 날 서울 삼성동 사저의 이웃 주민들로부터 진돗개 2마리를 선물 받아 청와대에서 키우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이 진돗개들이 낳은 새끼들의 사진과 함께 성탄 메시지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비선 실세 의혹이 일었던 2014년 12월에는 여당 지도부를 청와대에 불러 오찬을 하면서 “청와대 실세는 진돗개”라는 농담을 할 정도로 박 대통령은 진돗개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여 왔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평창#마스코트#진돗개#미르#차은택#최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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