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치료 받아보니 아이와의 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었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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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보재단, 지역주민 미술치료 현장

2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주최로 미술심리치료 행사가 열려 주민들이 서울여대 특수치료전문대학원 미술치료 전문가와 상담하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2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주최로 미술심리치료 행사가 열려 주민들이 서울여대 특수치료전문대학원 미술치료 전문가와 상담하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22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이곳엔 지역 주민 수십 명이 책상에 앉아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림을 그린 뒤 치료사의 설명을 진지하게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도 보였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 서울여대 특수치료전문대학원과 함께 마련한 지역 주민 대상 미술치료 및 상담 행사인 ‘내 마음이 보이니?’의 한 장면이다.

 상담은 가족들이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도화지 한 장을 돌려가며 그림을 그리는 ‘가족 미술 평가’ 방식으로 진행됐다. 치료사는 참가자가 어떤 사물을 소재로 삼았는지, 색상과 선의 모양은 어떻게 선택했는지, 한 사람이 그림을 그릴 때 다른 가족 구성원은 어떤 행동과 표정을 하는지 등을 종합해 해당 가족 내의 의사소통 방식을 파악하고 애착 수준을 평가했다. 평소 집 안에서 무의식적으로 이뤄지는 비언어적 소통을 전문가의 눈으로 짚어주기 때문에 대화, 양육 방식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이날 미술치료에 참가한 부모들은 “몰랐던 내 의사소통 방식의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며 놀라워했다. 김모 씨(42)는 초등학교 1학년생 아들이 떨리는 손으로 그린 사과와 굴뚝 등을 반듯하게 다시 그리는 데에 집중했다. 그럴수록 아들은 김 씨의 눈치를 보며 점점 그림을 더 작게 그렸다. 김 씨 부자를 지켜본 김태은 서울여대 특수치료전문대학원 교수가 “서툰 부분을 바로잡으려는 부모의 노력이 아이에겐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조언하자 김 씨는 눈물을 흘렸다. 어렸을 적 아버지의 강압적인 태도를 자신도 모르게 배우게 됐고, 직장 내에서도 부하 직원의 일을 무리하게 고치려다 문제가 생긴 일이 잦다는 것.

 하지만 모든 참가자가 자신의 의사소통 방식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지적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건 아니다. 도화지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크기의 나무를 그린 한 40대 주부는 자녀가 그릴 공간이 부족해 작은 사물만 몇 개 그리자 오히려 “그렇게 적극성이 없어서 어쩌냐”며 다그쳤다. 김 교수는 “간혹 가벼운 마음으로 온 가족 중에 본격적인 상담이 필요해 지역 내 정신건강증진센터를 안내해 주는 경우도 있다”며 “다만 참가자가 ‘내 양육 방식이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하지 못하면 끝내 도움을 주지 못한다”며 안타까워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2012년부터 재단금으로 건립해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한 생명숲어린이집 7곳과 서울 종로구, 경기 광명시 육아종합지원센터 2곳에서 미술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어린이집 미술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동은 3864명, 지역 주민 대상 프로그램에 참여한 가족은 7485명이다.

 이시형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이사장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크든 작든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지만 이것이 가정 내에서 왜곡된 방식으로 분출되는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며 “미술심리치료는 부모가 놓칠 수 있는 아이의 모습을 알아보고 양육과 소통 방식을 개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이시형#미술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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