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 하자더니… 일어나세요, 제발”… ‘총격 순직’ 김창호 경감 영결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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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근무땐 달걀 쪄와 나눠주고 현장엔 맨 먼저 달려간 참경찰”
유족-동료-시민들 눈물의 배웅

 “술 한잔하기로 했잖아요. 제발 일어나세요, 선배님.”

 22일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영결식장에 안타까운 호소가 울려퍼졌다. 서울 강북경찰서 번동파출소 소속 김영기 경장(35)이 선배인 고 김창호 경감(54)에게 바치는 고별사였다. 김 경감은 야간 근무를 앞두고 긴장한 젊은 후배들을 위해 손수 달걀을 삶아 가져다 주는 든든한 큰 형님이었다. 또 정년이 6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신고가 접수되면 가장 먼저 현장으로 달려 나가는 열혈 경찰이었다.

 “선배님, 그만 누워 계시고 일어나세요. 술 한잔하기로 한 약속 지키셔야죠. 제발 일어나세요”라고 외치는 목소리는 곧 흐느낌으로 바뀌었다. 정복을 차려입고 영결식장에 참석했던 동료들의 얼굴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폭행 사건 현장에 출동했다가 총격으로 숨진 김 경감의 영결식이 이날 유족과 동료 등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김 경감은 영정 속에서 제복을 말끔히 차려입고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영정 앞에는 평소 현장에 출동할 때 신었던 신발과 제복이 놓여 있었다. 신발 앞은 닳아서 해져 있었다.

 김 경감의 어머니는 다시 볼 수 없는 아들의 이름을 외치며 오열했다. 죽은 자식을 부르는 어머니의 비통한 목소리에 다른 유족과 동료들도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여경 2명의 부축을 받으며 남편의 영정 앞으로 나서던 부인 이금향 씨(51)는 국화를 손에 든 채 땅에 주저앉았고 오열 끝에 쓰러져 응급실로 옮겨졌다. 아버지를 본받아 의경에 자원입대한 아들도 영결식이 진행되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흐느꼈다.

 영결식에 참석한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고인은 효심 깊은 아들이자 아내와 아들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든든한 가장이었다”라며 “한마디 말도 없이 떠날 수밖에 없었던 당신의 운명이 우리를 더 슬프게 한다”라고 말했다. 영결식이 끝난 뒤 운구 행렬은 고인이 근무했던 강북경찰서와 번동파출소를 들렀다. 영정은 파출소 3층에 위치한 그의 사물함 앞에 멈춰 섰다. 텅 빈 사물함이지만 그가 출동을 위해 수없이 열고 닫았을 사물함 앞에 영정은 10여 분 머물렀다. 시민들도 거리에 나와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했던 경찰관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고인의 유해는 이날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됐고 순직 인정 절차를 거친 뒤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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