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일반고끼리도 수능 격차 커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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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고 자연계열 10년간 성적변화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는 우수 학생을 선점해 일반고와의 성적 격차를 키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런데 학생 선발권이 없는 일반고 안에서도 자연계열을 중심으로 성적 격차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종로학원하늘교육과 함께 2006학년도와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분석한 결과, 수능 4개 영역 평균 2등급 이내에 든 학생은 서울의 강남구 등 5개 ‘교육특구’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강남구 한 일반고의 경우 약 30%의 학생이 이런 성적을 냈지만 전국 일반고 10곳 중 4곳은 수능 성적만으로는 서울 주요 대학에 갈 만한 학생이 한 명도 없을 정도였다.
▼ 수능상위 5위권, 강남 고교 0곳→ 3곳 ▼

 일반고 간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격차가 지난 10년 동안 더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계열 수능 성적 상위권 학생은 서울 강남권 등 일부 지역·학교에 더욱 집중됐고, 상위권 학생을 전혀 배출하지 못하는 학교도 늘어났다. 대입과 취업에서 자연계가 유리해진 환경에 빠르게 적응한 학교가 성적 우수 학생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 최상위 일반고 ‘지방 명문고→ 서울 강남’

 20일 종로학원하늘교육이 2006학년도와 2015학년도 개인별·고교별 수능 성적을 분석해 비교한 결과 일반고 자연계열에서 수능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서울의 ‘5개 교육특구’에 집중되는 경향이 더욱 강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국의 일반고(2015학년도 수능 응시 기준 1509개교) 중 학생 선발권이 없는 평준화 일반고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국어 수학 영어 과학탐구(2과목) 등 수능 4개 영역에서 평균 2등급 이내 성적을 거둔 학생의 비율이 높은 상위 10개 일반고 가운데 서울의 강남 서초 송파 양천 노원 5개 구에 위치한 고교는 2006학년도 5곳에서 2015학년도에는 7곳으로 늘었다.

 특히 2006학년도에는 충북 청주 세광고, 경기 성남 서현고, 대전 대덕고 등이 1∼3위를 차지하는 등 지역 명문고들이 우수한 성적을 냈지만 2015학년도에는 1∼3위를 숙명여고 은광여고 단국대사범대부속고 등 서울 강남구 소재 학교가 휩쓸 만큼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

 서울 25개 구별 분석에서도 자연계 우수 학생들의 지역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2006학년도에는 서울시내 25개 구에서 배출된 일반고 우수 학생 중 5개 교육특구 출신은 64.0%였지만 2015학년도에는 70.2%까지 치솟았다. 5개 교육특구를 제외한 나머지 20개 구의 우수 학생 비중은 29.8%로 강남구(27.5%) 1곳과 비슷했다.

 전국적으로 4개 영역 평균 2등급 이내에 든 학생이 한 명도 없는 일반고는 479곳(38.6%)에서 592곳(39.2%)으로 수와 비중이 모두 늘었다.

 4개 영역 평균 2등급 이내 성적은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에 합격이 가능한 수준이다. 서울 강남구의 한 일반고에서는 10명 중 3명이 서울의 상위권 대학 합격이 가능하지만 전국의 일반고 10곳 중 4곳은 수능 성적만으로는 서울의 상위권 대학에 합격할 학생이 전혀 없는 셈이다.

 반면 인문계는 자연계에 비해 격차가 줄었다. 평균 2등급 이내 학생 비율이 높은 상위 10개 교 중 서울의 교육특구 지역 학교는 4곳에서 3곳으로, 이런 성적의 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도 442곳(32.%)에서 415곳(26.0%)으로 감소했다.

○ ‘자연계 유리’ 빠른 변화가 성적 격차로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처럼 우수 학생을 선발할 권한이 없는 일반고를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자연계열 학생들 간 성적 격차가 커진 것은 대입 환경의 변화에 발맞춘 노력과 속도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이사는 “교육특구 지역일수록 대학 진학과 취업에서 자연계열이 유리하다는 변화를 빠르게 읽고 대처하고 있다”면서 “성적이 좋은 학생이 상대적으로 집중된 교육특구에서 자연계열로의 전환이 많아지면서 지역별로 격차가 커지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수능 응시자는 인문계(사회탐구 응시자)와 자연계(과학탐구 응시자) 비율이 대략 6 대 4 로 인문계열 응시생이 많지만 대학 정원은 오히려 자연계열이 많아 자연계열이 대학 진학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2017학년도 기준으로 인문계열 학과 정원은 13만6442명(47.8%), 자연계열이 14만9224명(52.2%·이상 예체능계 제외)이다.

 이 때문에 전통적으로 문과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던 여고에서도 이과반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강남권 등 교육특구 지역에서는 변화의 속도가 더 빠르다. 숙명여고는 내년에 처음으로 이과반이 더 많아진다. 전용득 숙명여고 교감은 “현재 2학년까지는 문과반이 더 많은데 최근 1학년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한 결과 이과반 8개, 문과반 7개로 역전됐다”라며 “주변 학교들도 이과반을 늘리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2006학년도 수능에서 숙명여고의 자연계열 응시자가 25%에 미치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 반면 전국적으로 이과 비율(과학탐구 선택자)은 2006학년도 39.4%에서 2017학년도 44.0%로 조금 늘어나는 데 그쳤다.

 임 대표는 “이른바 ‘인(in) 서울’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문과는 2등급 정도의 성적이 필요하지만 이과는 3등급만 돼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교육특구 지역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수능#일반고#지역차#성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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