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소소한 사연 전하자”… 광주전남 ‘마을 방송국’ 바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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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FM-광주북FM 등 잇따라 개국, 마을 이슈 등 주민 이야기 전달
주민들 제작에 직접 참여 삶에 활력

마을방송국 ‘해남FM’ 출연자들이 대본을 읽으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마을방송국은 마을의 이슈와 이웃의 이야기를 다뤄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해남FM 제공
마을방송국 ‘해남FM’ 출연자들이 대본을 읽으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마을방송국은 마을의 이슈와 이웃의 이야기를 다뤄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공동체를 회복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해남FM 제공
“○○아, 엄마야. 우리 딸이 사춘기를 보내면서 많이 힘들 텐데 엄마한테 고민을 털어놓고 친구처럼 대해줘서 고마워. 며칠 전 시내에서 같이 밥 먹고 액세서리 사고 영화를 보면서 엄마는 너무 행복했단다. ○○가 좋아하는 조수미의 ‘나 가거든’을 신청했어. 이 음악 듣고 힘내. 우리 딸 사랑해.”

 17일 낮 12시 광주 북구 신안동에 자리한 광주북FM 스튜디오. ‘사랑하는 그대에게’라는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은영 씨(47·여)가 낭랑한 목소리로 사연을 읽었다. 북구에 사는 청취자가 중학교 3학년 딸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 씨는 신안동에서 공인중개사로 일하는 주민이다. 방송 일을 시작한 지 두 달 정도 됐다는 김 씨는 “녹음, 편집, 진행 등 1인 3역을 하고 있지만 너무 재미있고 보람돼 삶의 활력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 전남지역에 ‘마을 방송국’ 바람이 불고 있다. 마을의 이슈와 의제, 소소하지만 소중한 이웃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마을 공동체 회복에 디딤돌이 되고 있다. 참여 주민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지역의 소통 활성화에도 기여해 라디오방송에 도전하는 마을이 늘고 있다.

 올해 5월 개국 이래 시험방송을 해온 광주북FM은 10일부터 20개 정규 프로그램을 편성해 방송을 시작했다. 주파수 88.9MHz로 광주 북구와 서구 일부 지역이 청취권역이다.

 프로그램 진행자는 모두 광주시민이다. 공무원, 대학생,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시험방송부터 진행을 맡거나 정규 편성에 맞춰 참여한 주민 등 4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요즘 광주북FM에는 방송에 참여하고 싶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음악방송을 듣고 젊은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나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이들에게 광주북FM 측은 방송제작 교육 등을 안내하고 있다.

 전남지역에서 최초로 6월 개국한 마을 라디오 채널인 ‘해남FM’은 최근 100회를 맞았다. 주민 50여 명이 앵커가 되고 출연자가 돼 만드는 주민 주도형 인터넷 방송이다. 마을 구석구석 이웃들의 이야기에서부터 해남의 실시간 뉴스, 문화예술과 시사토론 등 10여 개 코너가 개설됐다. 40, 50대 주부 9명이 마을을 찾아 수다를 떠는 ‘떴다 줌마’ ‘해남전설 513’ ‘만만한 시(詩)세상’ ‘명량의 후예들’ 등 지역 밀착형 프로그램의 호응이 좋다. 아기 엄마부터 문화관광해설사, 시인, 책읽기를 좋아하는 어린이, 가뭄대책을 설명하기 위해 출연한 부군수 등 게스트도 다양하다.

 최재희 해남FM 방송편성국장은 “주민 주도형 방송이어서 세련미보다는 서툴고 농촌스러움이 매력”이라며 “지역의 문제와 주민들의 소소한 관심사를 파고들면서 공동체의 회복이라는 잔잔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인 동포를 위한 마을방송 ‘고려FM’도 참여 열기가 뜨겁다. 지난달 2일 국내 최초로 개국한 고려FM은 매일 6시간 이상 제작돼 102.1MHz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전국으로 방송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10대들의 세상’. 자신들의 이야기와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생계를 위해 바쁜 나날을 보내느라 자신과 놀아줄 시간이 없는 엄마를 향해 격려와 사랑을 전하는 마음 찡한 이야기가 청취자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라디오방송에 도전하는 마을도 늘고 있다. 광주 첨단부영1차 아파트에는 실제 스튜디오가 마련됐다. ‘도래샘ing라디오방송’이다. 2주마다 인터넷 팟캐스트를 통해 방송을 업로드하는 등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인터넷이 아닌 ‘아파트 방송’을 활용해 방송하는 곳도 있다. 북구 두암주공2단지 ‘삼정승고을 희망메아리’는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해 두암종합사회복지관과 주민들이 만들고 있다. 매주 월요일 오후 4시면 어김없이 각 가구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 방송이 전파된다.

 지난해 10월 첫선을 보인 광주 서구 농성·화정동의 ‘항꾸네마을뉴스’는 영상 뉴스다. 동네를 돌며 직접 취재하고 촬영한 내용을 담는다. 10여 명의 주민이 촬영, 편집 등 영상 제작기법을 배웠다. 사라져가는 아이들의 놀이 공간, 저소득 노인들의 문제를 비롯해 올해 4·13총선에 출마한 지역구 후보자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광주북fm 스튜디오#사랑하는 그대에게#마을 방송국#해남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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