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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용의 다른 경제]해도 너무한 ‘최경환 채용 청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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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용의 다른 경제]해도 너무한 ‘최경환 채용 청탁’

홍수용 논설위원 입력 2016-10-12 03:00수정 2017-08-24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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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용 논설위원
 2010년 3월 서울 외신기자클럽 간담회. 월스트리트저널 에번 램스터드 기자가 당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한국 여성의 사회 참여율이 저조한 것은 룸살롱 문화 때문 아니냐”고 따졌다. 일명 ‘기재부 모욕 사건’이다. 박철규 당시 대변인은 가만있지 않았다. 램스터드에게 “Don't point your finger at me(나한테 손가락질하지 마)”라고 소리 지르며 손가락이라도 부러뜨릴 듯 주군을 위해 싸웠다. 이에 감명받은 듯 윤 장관은 한 달 뒤 그를 1급으로 승진시켰다.

충복에도 등급이 있다

 지난달 21일 법정에서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하 경칭 생략)이 2013년 8월 자기 지역구 사무소 인턴 출신 황모 씨를 채용하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한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이 기재부 모욕 사건으로 벌떡 일어선 바로 그 박철규다.

 그때까지 박철규는 최경환의 채용 청탁 의혹을 한사코 부인했다. 상사의 명령이라면 껌뻑 죽는 충복(忠僕) 박철규가 경제부처 수장을 지낸 최경환에게 갑자기 등을 돌린 데는 뭔가 이유가 있다. 주변 사람들의 설명이다.  


 “검찰 조사와 재판을 열 달 가까이 받다 보니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뀐 것 아니겠느냐”(중진공 관계자), “굳이 무리해서 최 의원을 보호해야 하는지 자괴감이 든 것 같다”(채용비리 사건 변호사였다가 20대 국회에 진출한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 “정권 실세가 오죽 홀대했으면 정치적 꼼수라고는 모르던 사람이 돌변했겠느냐”(박철규와 막역한 사이인 전직 관료).

 즉 박철규가 견디다 못해 내놓은 자구책이거나 배신감의 발로라는 것이다. 이런 해석은 “청탁자(최경환)는 처벌받지 않을 것으로 믿고 처음엔 청탁 사실을 부인했다”는 박철규의 최근 발언과도 다르지 않다. 친박(친박근혜) 실세 최경환이 어떻게든 결국 살아남아 자신을 보호해줄 것이라는 당초 믿음과 반대로 박철규 자신이 ‘꼬리 자르기’를 당하고 있다는 현실을 뒤늦게 깨달았다는 말로 들린다.

 그가 이명박(MB) 정부 때 요직을 지낸 MB 사람이 아니라 친박 인사였어도 결과는 같았을까. 관료들은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한 가지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권력은 늘 규칙과 절차의 가면을 쓴 채 복종을 요구하지만 모든 관료에게 공평한 적은 없다는 정글의 법칙 말이다. ‘다음 정권을 위해 이번 정권과는 거리를 둬야 한다’는 교훈에 앞으로 공무원사회는 더 납작 엎드릴 것이다.


 최경환은 박철규에게 ‘믿고 써’ ‘그냥 (채용) 해’ 같은 말을 했다는 녹취록이라도 나오지 않는 한, 무혐의 처분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채용 비리를 덮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노동개혁이 물 건너가게 된 현실이다. 박근혜 정부는 저성과자 퇴출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청년실업을 해소하자고 주장해왔다. 그 정부의 실세가 신입공채 지원자 4500명 중 2299등인 ‘잠재적 저성과자’를 단지 ‘내가 결혼시킨 아이’라는 이유로 신의 직장에 밀어 넣으려 했다. 이런 의혹을 무혐의로 덮어둔다면 누가 정부가 주도하는 성과주의를 받아들이겠는가.

노동개혁! 실세 측근은 빼고


 중진공 채용 스캔들에서 정의(正義)의 내부 고발자는 없다. 외압을 넣었다는 최경환, 외압을 받았다는 박철규, 심지어 현재의 중진공 고위 임원까지 각자 제 살길을 찾을 뿐이다. 검찰이 채용 비리 수사에서 피라미만 잡아넣고 만다면 공공기관 임직원과 공무원들은 ‘역시나 그렇지’ 하며 무릎을 칠 것이다. 그러면서 개혁을 하는 척 16개월을 허송할 게 뻔하다.
 
홍수용 논설위원 legman@donga.com
#노동개혁#최경환#박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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