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암울하기만한 한국 VR 콘텐츠의 경쟁력, 시간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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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10월 11일 1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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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의 전망에 대한 의견은 분분합니다. 전문가들도 명확히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고, 대부분은 막연히 성공하지 않을까? 이런 정도로 대화가 끝맺어지기 마련이지요.

VR이 압도적인 경험을 느끼게 해주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현실적인 허들도 높기 때문일 것입니다. 기기 가격만 100만 원이 넘고, PC 성능을 맞추려면 또 100만 원이 추가로 들죠. 오큘러스든 바이브든 제대로 즐기려면 방 한 칸을 비워야 하는 등 너무 큰 대가를 치뤄야 합니다. 헤드마운트가 무겁기도 하고 모바일 VR 역시 성능 문제, 배터리 소모 문제 등으로 난관을 겪는 중입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VR이 대세가 될 거야' 라고 생각하면서도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것이겠지요. 미래 가치는 높지만 아직 현실에서는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한국 VR 콘텐츠들의 미래는 상당히 암울하게만 보입니다. 한국의 콘텐츠 제작사들이 VR 시장에 접근하는 방식이 너무나 어설프고 안일하며, 또 원칙없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일부 스타트업 업체들을 제외하고 VR에 대한 국내 게임 개발사들의 접근 방식은 크게 2가지입니다. 첫 째는 '투자받기용', 둘 째는 '주가 상승용' 이지요. 실제로 게이머들을 위해 '진짜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어보겠어!' 라고 생각하는 게임 개발사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요즘 VR로 투자받기 참 쉽죠. VR로 조금만 두각을 나타냈다 싶으면 어김없이 VC들이 돈뭉치를 들고 찾아옵니다. 또 바늘구멍 같은 정부지원사업도 척척 따낼 수 있지요. 스코넥이라든지 몇몇 회사들을 보면 많게는 수십억 원대 뭉치 돈을 유치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투자를 받은 회사들의 내부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금새 위화감을 느끼게 됩니다. 단기적이고, 성과를 보여주는 정도의 프로젝트가 양산됩니다. 포트폴리오 형태로 프로젝트가 늘어가는데, 정작 20분 넘게 플레이 가능한 게임은 만들어지지 않고 있죠. 투자받고 정부지원사업을 받을 때 필요한 정도의 개발만 이루어지고 있는 겁니다.

주가 상승용은 어떨까요. 얼마전 일본 구미와 VR 사업을 하겠다는 와이제이엠은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습니다. 조이시티, 드래곤플라이 등도 VR 게임을 발표해 주가 상승폭을 높였지요. 한빛소프트 역시 중국 '폭풍마경' 등과의 제휴를 통해 꿀같은 상승을 맛보았습니다.

하지만, 이들 회사들 역시 VR 게임을 발표한 지가 꽤 되어가는데 제대로 된 모습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간헐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물 역시 VR의 특성을 전혀 살리지 못하는 수준이지요. 멀미가 나기도 하고, '굳이 왜 이 게임을 VR로 하지?' 라는 의문에 명쾌한 답을 제시해주지 못하는 중입니다.



이런 현실에서 해외의 움직임을 보면 참으로 목 뒤가 스산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중국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VR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으며, 오프라인 VR방이 수백 개씩 생겨나면서 적극적으로 변화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유통과 돈의 흐름까지 명확하게 잡은 플랫폼에 그동안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집약시킨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고, 세계 정상을 찍겠다는 야심을 노골적으로 내보이고 있지요.

북미 지역에서는 인터랙티브 적인 측면이 부각되어 사용자의 시선이나 행동에 따라 새롭게 변화되는 VR 콘텐츠들이 선보여지고 있습니다. VR이 새로운 경험을 줄 최적의 도구라는 것이라는 데 맞추어 한층 깊은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죠.

일본은 VR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성인 콘텐츠가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고, 또 과거의 인기있던 콘솔 게임들의 VR 버전이 일제히 나올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3강 중 하나라는 PS VR이 출시되면 또 상당한 주도권을 잡게될테죠. 이처럼 제각기 해외에서는 VR의 미래를 심도깊게 연구하고 그에 맞춘 시장 장악 계획을 펴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 VR 콘텐츠 시장에 대해 연구하면 할수록 한국 VR 게임의 경쟁력에 대해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습니다. 현재 같은 추세라면 불과 1~2년이 채 지나지 않아 거품이 훅 꺼지고 말 것입니다. 당연히 현재와 같은 투자붐도 주식 상승도 더 이상 일어나지 않겠지요.

기억해야 할 것은 하드웨어의 발전이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빠르다는 것입니다. 그래픽카드의 비용도 헤드마운트도 정말 짧은 시간 안에 개선될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드웨어가 발전하고 VR의 시대가 왔을때, 한국의 VR 게임 자생력이란 언제 부러질지 모르는 앙상한 가지와도 같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VR 콘텐츠 시장은 모두가 같은 선상에 있는, 마지막 선점의 기회일 수 있습니다. 다시는 오지않을 선점의 기회 말입니다.

국내의 게임 회사들도 당장 돈이 되지 않는다고 외면하지 말고, 꾸준한 투자와 진지한 R&D를 통해 다가오는 VR 시장에 대한 자생력을 갖춰야 합니다. 해외의 진짜 실력자들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1년, 길어야 2년 남았습니다. 세계를 잡을 것인지, 속수무책으로 당할지..더이상 시간은 우리의 편이 아닌 것 같습니다.

동아닷컴 게임전문 조학동 기자 igela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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