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아진 취업문 ‘한국사’로 뚫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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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대기업 공채시즌 돌입… 입사시험 경향과 특징

《 ‘1443년(세종 25년) 세종대왕님께서 한글을 창제하실 때의 상황과 연계하여 한글 창제가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서술하십시오.’ 9일 현대자동차 하반기 입사 시험에 또 까다로운 역사 에세이 문제가 출제됐다. 최근 대기업 입사 시험에 역사 관련 문항이 앞다퉈 도입되고, 비중도 커지고 있는 흐름이 올해도 이어진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지난달 ‘2016년 500대 기업 신규채용 계획’ 조사 결과 국내 500대 기업 중 약 절반(48.6%)이 전년 대비 신규채용 규모를 줄이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한국사 역량은 올해도 일부 기업에 취업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
 

○ 한국사 역량 평가 기업 늘어

LG그룹이 8일 전국 14개 고사장에서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위한 인·적성 검사를 진행했다. LG그룹 채용 지원자들이 서울 동작구 대방동1길 서울공업고등학교에 인·적성 검사를 보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LG그룹 제공
LG그룹이 8일 전국 14개 고사장에서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을 위한 인·적성 검사를 진행했다. LG그룹 채용 지원자들이 서울 동작구 대방동1길 서울공업고등학교에 인·적성 검사를 보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LG그룹 제공
 8일 서울 대전 부산 광주 등 4개 도시에서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 공채 인·적성 검사를 실시한 LG그룹도 한국사 기본 지식 및 역사적 사건에 대한 이해를 묻는 문제를 다수 출제했다. 조선시대 사법기관인 의금부, 고려시대 정치기관인 교정도감, 고려시대 국방회의 기구인 도병마사 등의 역할을 묻고, 이들과 유사한 현재 정부기관을 고르는 문제가 포함됐다.

 LG그룹 채용 담당자는 “신입사원 기본 역량을 검증하기 위한 총 125개 평가 문항 중 20개 문항(16%)이 한국사 및 한자에 대한 문제였다”며 “취업준비생들이 인문학적 소양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 평가하고, 이를 각각의 전공 분야와 융합할 수 있는 통합적 사고 능력을 확인하고자 낸 문항”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과 SK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 및 한국은행,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정부 주요 금융기관도 10월 줄줄이 하반기 인·적성 검사 및 필기시험을 앞두고 있다. 이 기업들은 대부분 예년과 비슷하거나 소폭 늘어난 한국사 관련 문제를 출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반기 공채부터 학점 제한을 없앤 삼성그룹은 16일 직무적합성평가를 통과한 지원자를 대상으로 삼성직무적성검사(GSAT·Global Samsung Aptitude Test)를 본다. 삼성 관계자는 “16일 진행하는 올해 하반기 GSAT에도 10% 안팎의 한국사 관련 문제가 출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그룹도 23일 인·적성 검사인 SK종합역량평가(SKCT)를 진행한다. 인지역량과 실행역량, 심층역량, 한국사 등 영역에서 총 460문항을 출제할 예정이다. SK그룹은 하반기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100여 명 늘어난 1600여 명을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8일 인·적성 검사를 진행한 GS칼텍스도 시대별 왕 이름을 묻는 문제를 출제했다. GS그룹의 그 외 계열사들은 면접 등을 통해 역사 인식에 대해 묻는다.

○ 좁아진 취업문, 지원자 부담은 커져


 경기 악화로 인해 취업문은 가뜩이나 좁아졌는데 주요 기업별 인·적성 검사 특징은 달라지고, 한국사 등 새로운 영역 비중도 늘어나면서 취업준비생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 전경련 조사 결과 전년 대비 신규채용 규모를 줄이겠다고 밝힌 기업들은 ‘국내외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52%) ‘회사 내부 상황으로 신규채용 여력 감소’(32.4%) ‘정년 연장으로 퇴직자가 늘어 전체 채용규모 감소’(9.8%) 등을 채용 감소 이유로 꼽았다.

 국내 한 대기업 채용 담당자는 “기업별로 그룹 특성에 맞는 인재를 선별하기 위해 일반적인 스펙보다는 직무역량 평가에 집중하는 기업이 늘면서 취업준비생들은 어려움이 커진 것이 사실”이라며 “취업준비생들은 각 기업의 변형된 전형에 맞는 전략을 세워 지원해야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대기업#공채#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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