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보험공사 TV수출업체 부실보증으로 돈 떼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4일 20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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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가 수출보험 보증과 관련해 1500여 원의 손실을 볼 위기에 처했다. 보증을 선 전자업체가 제품 불량 파문으로 지급불능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4일 무보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중견 TV수출업체인 온코퍼레이션은 무보의 단기수출보험(EFF) 가입을 보증삼아 2014년 KEB하나은행, 기업은행, 농협은행 등에서 2억 달러(약 2200억 원) 가량을 대출받았다. 현재 남아있는 대출 잔액은 1억4300만 달러(약 1573억 원)다.
온코퍼레이션은 미국 월마트, 시어스 등 대형 유통업체에 TV를 수출해 2014년 '3억 달러 수출탑'을 받고 북미 지역 시장 점유율 6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미국의 대규모 세일 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 수출한 제품에서 불량이 발견되면서 경영 상태가 크게 나빠졌다. 온코퍼레이션이 파산위기에 몰리면서 결국 보증을 서준 무보는 대출금을 대신 갚아야 할 처지가 됐다.

이번 사건은 제품을 만들지도, 수출 계약을 체결하지도 않은 채 서류를 조작해 3조 원대 대출사기를 벌인 모뉴엘 사건과는 분명히 다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무보 수출지급보증 심사의 허점이 다시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무보 관계자는 "지급보증 과정에서 철저하게 서류 심사와 공장 실사를 벌였다"며 "2014년 이후 온코퍼레이션 전담팀을 만들어 무역보험 한도를 꾸준히 줄여왔고, 제품 불량 발생 직후인 올해 2월 두 차례 현지 실사를 벌이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온코포레이션 본사에 대해 가압류 등 채권회수 조치를 취했고 미국 내 소송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무보는 온코퍼레이션이 수출대금과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를 벌였지만 실제 수출이 이뤄지는 정상거래로 판단돼 지난해 12월 법원에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현재 감사원은 무보의 지급보증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등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모뉴엘 사건에 연루된 무보의 전직 직원들이 온코퍼레이션과 짜고 이번 사건에 가담했다는 설도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무보는 잠적한 전 직원들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 밝혀 달라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세종=신민기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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