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 어머니, 눈물을 거두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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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 작가전 참여 정호승 시인

29일 개막한 ‘푸르메를 사랑한 작가초대전’에 참가한 정호승 시인은 “사람은 누구나 몸과 마음에 장애를 가질 수 있다”며 장애아와 부모를 격려하고 지원해줄 것을 호소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29일 개막한 ‘푸르메를 사랑한 작가초대전’에 참가한 정호승 시인은 “사람은 누구나 몸과 마음에 장애를 가질 수 있다”며 장애아와 부모를 격려하고 지원해줄 것을 호소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시를 쓰고 나면 저렇게 철해 놓고 계속 고칩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을 존경하는데, 이 그림액자는 그분이 태어나고 돌아가신 이탈리아 아시시에서 구입한 거죠. 이건 제 시를 안치환 씨가 노래로 만든 CD고요.”

 서울 마포구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에서 29일 열린 ‘푸르메를 사랑한 작가초대전’ 개막식에서 정호승 시인(66)이 자신의 애장품을 보며 설명을 이어갔다.

 이 전시회에는 올해 4월 문을 연 이 병원을 세우는 데 지원을 아끼지 않은 세 명의 작가인 고 박완서 작가와 이해인 수녀(71), 정 시인의 육필 원고와 편지, 손부채, 꽃삽, 옛 사진 등이 출품됐다. 세 작가의 여러 면모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다. 세 작가는 서로 긴밀하게 교류하기도 했다. 전시회에는 박 작가가 작고했을 때 정 시인이 쓴 조시(弔詩)도 한자리를 차지했다. 이 수녀와 정 시인은 법정 스님과도 가까웠다. 법정 스님이 이 수녀를 위해 쓴 친필 액자와 정 시인에게 쓴 손편지도 보였다.

 박 작가의 넷째 딸인 호원균 씨는 생전에 어머니가 바느질 할 때 사용했던 목판과 자를 보며 “우리가 자랄 적에는 기성복이 별로 없어 어머니가 옷을 다 만들어 줬다”며 “이건 그때 쓴 물건들”이라고 말했다.

 박 작가는 2005년부터 발간한 모든 책의 첫 인세를 지속적으로 푸르메재단에 기부하고 매달 별도 기부금을 냈다. 장애 청소년과 거제도 여행을 함께했다. 박 작가가 화단을 가꾸는 사진도 걸려 있었다. 백경학 푸르메재단 상임이사는 “댁을 방문했을 때 화단을 가꾸는 선생님에게 왜 그렇게 열심히 잡초를 뽑느냐고 물었더니 ‘잡초를 뽑으면 사념이 없어진다’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이 수녀가 글씨를 쓰고 스티커를 붙여 만든 손부채 4개도 펼쳐져 있었다. “수녀님이 소녀 같은 마음을 지녀 스티커를 좋아한다”는 게 백 상임이사의 설명이다. 이 수녀는 일정상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 수녀는 장애 어린이와 부모들을 위한 북콘서트, 시 낭송 등에 참여하고 책과 음반 판매 수익금을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   ‘청년 정호승’을 볼 수 있는 사진도 여러 장 있었다. 정 시인은 장애아 부모를 위한 시 강연회를 열고, 장애 청소년과 백두산에 함께 올라 자작시 ‘백두산의 눈물’을 낭독해 감동을 안겼다. 장애아를 둔 어머니를 위해 시 ‘어머니 당신이 희망입니다’를 지었고, 신간이 나올 때마다 책을 보내고 친필 사인을 한 시집도 한가득 보내고 있다.

 정 시인은 “장애아 어머니들은 누구보다 많은 아픔을 갖고 있다”며 “그분들이 전시회에 많이 와서 세상살이가 외롭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걸 느끼고 힘을 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시회는 12월 31일까지 열리며 무료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푸르메어린이재활병원#작가전 참여#정호승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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