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1333년 고려 충숙왕에 편지… 유럽과의 교류 261년 앞당겨져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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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광훈씨 “바티칸서 필사본 확인… 그리스도인 환대에 감사 내용 담겨”

교황 요한 22세가 고려 충숙왕에게 보낸 편지. 하이라이트 부분에는 “왕께서 그곳(고려)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잘 대해 주신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무척 기뻤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아우라픽처스 제공
교황 요한 22세가 고려 충숙왕에게 보낸 편지. 하이라이트 부분에는 “왕께서 그곳(고려)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잘 대해 주신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무척 기뻤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아우라픽처스 제공
 로마 교황이 1333년 고려 충숙왕(1294∼1339)에게 보낸 서한의 필사본을 바티칸 교황청 수장고에서 확인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큐멘터리 영화 ‘금속활자의 비밀들’을 제작하는 우광훈 감독은 “8월 바티칸 비밀문서 수장고에서 교황 요한 22세가 고려 27대 충숙왕에게 보낸 서한 필사본을 확인해 촬영했다”고 29일 밝혔다. 교황청은 공식 서한을 쓸 때 이를 보존하기 위해 원본 외에 필사본을 남긴다.

 이 서한 필사본은 라틴어로 작성돼 있으며 ‘존경하는 고려인들의 국왕께’로 시작된다. 편지 내용에는 “왕께서 그곳(고려)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잘 대해 주신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무척 기뻤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가톨릭은 18세기에 처음 전해졌다는 것이 기존 학설이다. 이 서한의 내용이 맞는다면 가톨릭 전래 시기는 고려 시대로 400년 이상 앞당겨지고 유럽인이 한반도에 온 시기도 빨라진다. 우 감독은 “지금까지는 1594년 임진왜란 때 스페인 출신 세스페데스 신부가 한반도에 온 최초의 유럽인으로 기록돼 있지만, 이 서한에 따르면 유럽과 한국의 교류사를 261년 이상 앞당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서한의 전달은 당시 니콜라스라는 사제가 맡았지만 베이징으로 향하는 도중 실종돼 편지가 실제 충숙왕에게 전달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한편 전북 전주에 본부를 두고 가톨릭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4대 종단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세계종교평화협의회도 6월 말 바티칸 수장고 고문서 담당인 엔리코 플라이아니 박사를 통해 같은 서한을 확인하고 2장짜리 사본을 확보한 상태다.

 세계종교평화협의회 최의령 기획팀장은 “지난달 바티칸에서 우편으로 서한의 사본을 전달받았다”며 “서신 내용은 현재 번역 중이며 앞으로 가톨릭계와 협의해 올해 안에 내용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교황#고려 충숙왕#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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