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최고의, 그리고 영원한 ‘줄리엣’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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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3, 25일 내한공연… 발레리나 알레산드라 페리

알레산드라 페리는 50대 무용수로 산다는 것에 대해 “분명 육체적 한계는 있다”며 “어떤 것은 극복이 가능하고, 어떤 것은 해결하기 힘들다. 하지만 극복하기 위해 언제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알레산드라 페리는 50대 무용수로 산다는 것에 대해 “분명 육체적 한계는 있다”며 “어떤 것은 극복이 가능하고, 어떤 것은 해결하기 힘들다. 하지만 극복하기 위해 언제나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6년 만의 복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거다.

 “이제는 때가 됐다고, 제 안에서 무대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렸어요. 물론 박수 소리도 그리웠죠.”

 20세기 최고의 발레리나 중 한 명으로 2007년 은퇴했다가 2013년 복귀한 알레산드라 페리(53)가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오른다.

 그는 10월 22∼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열리는 유니버설발레단의 ‘케네스 맥밀런(1929∼1992)의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에 출연한다. 그는 18세 아래인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수석무용수 에르만 코르네호와 파트너를 이뤄 23, 25일 두 차례 국내 팬들과 만난다. 1만∼12만 원. 070-7124-1737

복귀 후에도 변함 없는 감동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알레산드라 페리.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복귀 후에도 변함 없는 감동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알레산드라 페리. 유니버설발레단 제공
 지난달 초 이메일 인터뷰를 신청했지만 아르헨티나 영국 미국 등지의 공연 때문에 한 달이 지나 답변이 올 정도로 그의 일정은 바빴다.

 그는 세계에서 10여 명에 불과한 프리마 발레리나 아솔루타(굉장히 존경받고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여자 무용수)의 한 명이다. 영국 로열발레단, ABT, 이탈리아 라스칼라발레단 등 세계 유수의 발레단이 그의 무대였다. 특히 로열발레단 예술감독을 지낸 안무가 맥밀런의 ‘뮤즈’로 통했다. 그는 1984년 21세 때 로열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통해 세계적인 스타 반열에 오른 이후 ‘최고의, 그리고 영원한 줄리엣’으로 꼽힌다.

 2007년 44세의 나이로 무대를 떠날 때의 사연을 물었다. “저는 마틸다(18)와 에마(15) 두 아이의 엄마예요. 출산할 때 무용수의 몸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 걱정됐지만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 아이들을 낳은 거죠. 무용수로 바쁘게 살면서 엄마를 ‘연기’하는 것이 싫었어요. 아이들과 하루 종일 있고 싶어 은퇴를 결정했죠.”

 엄마 역할에 충실했던 그는 춤에 대한 열정으로 2013년 무대에 복귀했다. “아이들이 다행히 이해해줬어요. 이젠 제가 무대에 있는 것을 좋아해요. 그 또래의 애들은 엄마가 곁에 없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세월이 흘렀지만 그의 춤에 대한 열정과 실력은 여전했다. 그는 고별 무대를 가졌던 뉴욕 메트로폴리탄 극장에서 6월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다시 무대에 섰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53세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수월하게 복귀하다”라는 제목과 함께 “유연성, 유려함,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움직임은 변함이 없다. 그가 보여준 무대는 열정적이고 눈을 뗄 수 없었다”고 평가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몸은 비록 예전과 다르지만 그의 춤에 대한 도전 의욕은 더욱 거세졌다. “복귀 뒤 발레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강렬해요. 다른 사람과 비교했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더욱 자유롭게 춤추고 있어요. 매일 반복하는 연습도 단순히 일이 아니라 춤에 대한 도전이죠.”

 벌써부터 그의 두 번째 은퇴를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영원한 줄리엣의 일정은 2018년까지 꽉 차 있다. “계속 바쁘게 활동할 수 있어 기뻐요. 뉴욕 런던 함부르크 등에서 굉장한 프로젝트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어요. 무대가 기다리는 한 끝까지 무대에 오르고 싶어요.”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
#발레리나#알레산드라 페리#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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