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투자 축소 안될말” 국회예산처, 정부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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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예산 年6%씩 감축 방침에 “인구밀도 높아 도로-철도 더 필요”
‘건설 줄여 복지 늘리기’에 반기

 고속도로,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투자를 줄이고 있는 정부 정책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SOC는 이제 충분하니 더 이상 투자를 늘릴 필요는 없다’는 정부의 주장을 국회가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9일 내놓은 ‘SOC 투자정책 평가’ 보고서를 통해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재정 투자 축소가 적정 수준을 넘었다”고 밝혔다. 지난 몇 년 동안 “토목 공사 예산을 줄여 복지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말해 온 정부와 일부 정치권의 주장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미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 “인구밀도 높은 한국적 특성 감안해야”

 기획재정부는 이달 초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발표한 ‘2016∼202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향후 5년간 SOC 예산을 연평균 6%씩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올해 23조6950억 원인 SOC 예산은 2020년 18조4730억 원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정부의 12개 재정사업 분야 중 감소 폭이 가장 큰 것이다. 반면 문화·체육·관광(5년간 연평균 6.8% 증가)과 보건·복지·고용(4.6%) 등의 부문은 예산이 늘고 있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기재부는 “우리나라는 1970년대 이후 SOC 확충에 힘써 국토 면적당 고속도로 연장 1위, 철도 연장 6위 등 SOC 규모가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고 SOC 예산 축소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국회 예산정책처는 인구밀도가 높은 한국의 특성을 고려할 때 기재부 기준으로 SOC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예산정책처는 “도로, 철도의 절대 규모가 선진국 수준이라고 해도 혼잡률이 높고 정체가 심하다면 당연히 추가로 인프라를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행복 측정 지표’의 일부로 사용하는 통근시간을 살펴보면 이 같은 사실이 확연히 드러난다는 게 예산정책처의 설명이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통근시간은 58분으로 노르웨이(14분) 미국(21분) 독일(27분) 일본(40분) 등 선진국보다 훨씬 길다. 또 철도는 경부축(서울∼부산)에 고속철도, 복복선 일반철도(서울∼천안) 등이 집중돼 있고 다른 지역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 “민자 유치, 입법 취지에 어긋나”

 예산정책처는 최근 잇달아 추진되고 있는 민간자본 투자 SOC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민자 투자의 근거인 ‘SOC 시설 민간투자법’은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SOC 확충을 위해 민자를 도입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정부 예산이 줄어든 것을 보완하기 위해 민자를 활성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민간투자 참여기관에서 국민연금, 사학연금 등 금융 분야 공공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건설·운영에 대한 민간 회사들의 노하우를 끌어들이겠다는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예산정책처는 “일부 SOC 실패 사례가 있지만 이를 근거로 무작정 투자를 줄이기보다는 성과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민자사업 추진을 국회에서 심의할 수 있도록 법률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정부는 현재 총연장 4446km인 고속도로를 2020년에 5131km까지 늘리고 춘천∼속초 철도, 수원·인천발 KTX 직결노선 건설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다만 과거보다 투자 여력이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해 꼭 필요한 핵심 사업 위주의 효율적 투자에 방점을 둘 방침”이라고 밝혔다.

세종=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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