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작가축제 참가하는 정유정 작가와 콜롬비아 소설가 산티아고 감보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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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삶과 사회를 정확하게 보도록 이끌어”

서울국제작가축제에서 만난 정유정 씨(왼쪽)와 산티아고 감보아. 정 씨가 “문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세상을 똑바로 보도록 한다”고 하자 감보아는 “맞다. 세상은 바꿀 수 없지만 다른 사람은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서울국제작가축제에서 만난 정유정 씨(왼쪽)와 산티아고 감보아. 정 씨가 “문학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세상을 똑바로 보도록 한다”고 하자 감보아는 “맞다. 세상은 바꿀 수 없지만 다른 사람은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콜롬비아 작가 산티아고 감보아(51)를 만난 27일은 콜롬비아 정부와 반군이 내전 종료를 선언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한 날이었다. 그는 기자에게 스마트폰에 뜬 외신 소식을 보여줬다. 그는 “작은아버지가 6·25전쟁에 참전해 한국은 내게 의미가 적잖다”면서 “콜롬비아의 평화협정 소식을 이곳에서 들으니 감회가 새롭다”고 밝혔다. 함께한 정유정 씨(50)는 “작은아버지가 외교관이었는데 콜롬비아를 비롯한 남미에 주로 계셨다”고 말했다. 서로의 숙부가 이어놓은 인연이 있는 셈이다.

 두 사람은 서울 종로구 동숭길에서 열리는 서울국제작가축제에 참가하는 소설가들이다. 정 씨는 새 작품 ‘종의 기원’이 16만 부 이상 팔리는 등 베스트셀러 소설가로 자리매김했다. 감보아는 작품이 20여 개 언어로 번역되는 등 남미 문학가 중에서도 국제적인 활약이 돋보이는 작가다. ‘백 년 동안의 고독’으로 유명한 마르케스의 나라 콜롬비아에서 온 그는 현지에서 ‘21세기의 마르케스’로 불린다.

 행사에 앞서 서로의 작품을 읽은 두 사람에게 감상을 물었다. 감보아가 소설 ‘밤의 기도’에서 1970, 80년대 중산층 가정의 불안정한 풍경을 그린 데 대해 정유정 씨는 “1960년대생이라면 국경을 넘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면서 “지구 반 바퀴를 돈 거리인데 경험의 기저는 어떻게 그렇게 비슷한지 놀라웠다”고 밝혔다. 감보아는 “그래도 당신이 나보다 훨씬 젊다”는 유머를 던졌다(실제로는 한 살 차이다). 정 씨의 소설 ‘내 심장을 쏴라’를 읽은 감보아는 “소설이 엄청난 속도를 갖고 있고 영상을 보는 것 같다”고 평했다. 실제로 정 씨의 이 작품은 영화화됐다.

 두 사람 모두 어렸을 적부터 작가의 꿈을 키워온 이들이다. 정 씨는 어머니의 권유로 간호사가 됐지만 작가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고 41세에 소설가가 됐다. 감보아는 부모님이 교수여서 7000여 권의 책에 둘러싸여 유년기를 보냈다. 그는 “서재에 있는 책을 읽다 보니 그중 빠져 있는 것들을 내가 메우고 싶다는 생각에 글을 쓰게 됐다”고 털어놨다.

 문학의 역할에 대해 두 사람은 “삶과 사회를 정확하게 보도록 이끈다”고 입을 모았다. 감보아는 “문학 안에서 아픔과 고통은 하나의 경험으로 바뀌게 되며 이를 통해 삶을 정면으로 바라보도록 한다”고 말했다. 정 씨는 “문학이 할 일은 직시하는 것”이라면서 “문학은 세상의 변화 징후를 읽어내고 그것을 드러내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문학번역원이 주관하는 서울국제작가축제는 10월 1일까지 열린다. 작가들의 토론과 낭독회, 공연 등이 개최되며 참여 작가들의 에세이도 인터넷(siwf.klti.or.kr)에서 내려받아 볼 수 있다. 02-6919-7721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
#산티아고 감보아#정유정 작가#서울국제작가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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