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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라덴 잡은 기법 활용해 北-훙샹 核커넥션 밝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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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라덴 잡은 기법 활용해 北-훙샹 核커넥션 밝혀내

조숭호기자 입력 2016-09-29 03:00수정 2016-09-2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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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정책硏, 美싱크탱크와 공조… 빅데이터 분석틀로 1년간 추적
 북한에 핵물자를 제공한 혐의로 중국 랴오닝훙샹(遼寧鴻祥)그룹과 핵심 관계자들을 신속하게 체포, 제재한 것은 1년 동안의 사전조사와 민관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보고서를 주도한 우정엽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8일 “북한과 외국 기업의 연결고리를 1년 동안 추적했고 훙샹그룹의 정체를 찾아내는 데만 5개월이 걸렸다”고 말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이 19일 발간한 ‘중국의 그늘 속에서’ 보고서가 북한과의 커넥션을 밝히는 핵심 역할을 했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 재무부는 26일(현지 시간) 훙샹그룹 계열사 중 산화알루미늄 등 핵 물자 대북 무역을 주도한 단둥훙샹실업발전유한공사와 마샤오훙(馬曉紅) 회장 등 중국인 4명에 대해 일체의 경제 활동을 금지했다. 이들은 조선광선은행(KKBC) 등 유엔(2016년)과 미국(2009년)의 제재를 받는 북한 기관과 거래하며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연구원 측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대상 북한 선박 목록을 토대로 실소유주, 입항 기록 등을 캐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4월. 미국의 싱크탱크 국방문제연구센터(C4ADS)와 공동 작업이 주효했다. 빅 데이터 분석에 특화된 C4ADS는 ‘팰런티어(Palantir)’ 솔루션을 활용해 북한과 협력한 회사 248곳, 개인 167명, 선박 147척을 찾아냈다. 지난해 9월에는 미얀마 등에서 벌어진 불법 활동을 실마리로 랴오닝훙샹그룹 이름도 솎아냈다. 훙샹은 삼산화텅스텐 등 최소 4개 종류의 핵 전용 가능 물자를 북한에 몰래 수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북한의 사이버전 거점 역할을 하는 칠보산호텔에 지분도 갖고 있다.

 C4ADS가 북-중 커넥션을 밝혀내는 데 사용한 팰런티어는 미국이 오사마 빈라덴을 추적하는 데 활용해 유명해진 분석틀이다. 인터넷에 게재된 ‘오픈소스’를 토대로 분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일부 데이터베이스는 비용을 지불해야 접근 가능한 폐쇄 정보도 활용됐다고 한다. C4ADS가 마약 거래, 상아 밀거래를 추적하면서 중국 기업을 여러 차례 다뤄본 경험 역시 도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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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4월 아산연구원과 C4ADS는 보고서를 완성했다. 5월 발간을 앞두고 미국 정부를 상대로 사전 설명회를 했다. 그 직후 미국 정부는 “보고서 발간을 미뤄 달라”고 요청했고 연구원은 이를 수용했다. 미 의회 브리핑도 취소했다. 정보가 새 나간다면 훙샹그룹 관련자들이 증거를 은닉하거나 잠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미 외교·사법당국은 보고서를 토대로 자체 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8월에 중국에 검사를 파견하는 국제공조 작업을 했다. 증거가 확실한 만큼 중국 정부도 협력하지 않을 수 없었다.

 3개월간의 조사가 마무리되고 보고서가 발간된 19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유엔에서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를 만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사법공조를 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훙샹그룹을 상대로 한 중국 정부의 자산 동결, 미국 정부의 금융제재도 이런 민관협력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했을 성과였다.

 훙샹그룹은 2011년 1월부터 2015년 9월까지 15개의 미국 기업에 총 2491t 분량의 유리 제품을 수출하는 등 미국과도 교역하고 있다. 신병이 확보된 훙샹그룹 관계자의 진술을 토대로 추가 제재의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다만 자국 기업이 불법 행위에 연루된 규모를 축소하고 싶어 하는 중국이 어디까지 협조를 하느냐가 관건이다.

 우 연구위원은 “이번 조사는 북한의 해외 활동 중 ‘동남아’만 분석했고 중국 내 활동은 본격적으로 손대지 못했다”며 “앞으로 중동·아프리카와 중국, 일본으로 대상을 늘리고 노동력 수출 등 분야도 확대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빈라덴#아산정책연구원#훙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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