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조석주]제각각 재난 매뉴얼, 새로 짜고 공개방법도 바꿔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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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지진에서 국민안전처의 문자메시지와 개인행동 매뉴얼 문제가 드러났다.

 정부 부처의 매뉴얼은 몇천 개나 된다. 그런데 다른 조직과의 원활한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다. 교통사고가 나면 경찰차와 소방 구급차가 협조해야 한다. 불이 나면 소방차, 대규모 재해에는 민간 구급차와 군대의 협조도 필요하다. 세월호 침몰 당시 해경은 출동한 소방헬기의 현장 진입을 거부했었다.

 이번 지진에서는 대피소로 지정된 학교의 문이 닫혀 있었다. 매뉴얼은 약속이다. 상대의 매뉴얼을 모르면 상대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다. 사전 약속 없이 무술 영화를 촬영한다면, 부상이 속출할 것이다. 협조가 필요한 현장조직 간의 관계를 포함한 매뉴얼이 필요하다. 소방헬기의 진입을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매뉴얼과 어떤 경우에 학교의 문을 열어둘 것인지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각 부처가 만든 매뉴얼을 다른 부처가 점검해야 서로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소방서, 경찰서, 학교, 직장, 아파트는 각각의 매뉴얼이 필요하다. 중앙이 먼저 매뉴얼을 만들고 인터넷에 공개하면, 이를 참조하여 여러 조직들이 각자의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경북의 학교가 공개한 매뉴얼을 강원도의 학교가 참조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 지자체의 지진 매뉴얼을 보려면 홈페이지에 들어갈 필요도 없다. 인터넷에 제목만 쳐도 내려받을 수 있다. 한국도 개인이든 부처든 매뉴얼 공개 절차를 바꾸어야 한다.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경주 지#국민안전처#매뉴얼#대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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