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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선물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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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선물의 기술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입력 2016-09-07 03:00수정 2016-09-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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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선물을 하는 것과 행복감 사이에 관련이 있을까.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에서 심리학을 연구하는 엘리자베스 던과 라라 애크닌 교수, 하버드대 경영대의 마이클 노턴 교수는 2008년 이에 대한 흥미로운 논문을 저명 학술지 ‘사이언스’에 실은 적이 있다. 이들은 사람들이 수입을 자기에게 필요한 비용으로 지출하거나 자신을 위한 선물을 사는 경우를 개인적 지출, 그리고 남을 위해 선물을 사거나 기부를 하는 경우를 사회적 지출로 나눈 뒤 어느 것이 그 사람의 행복도를 예측하는 데 더 나은 지표인지를 실험했다. 결과는 남을 위한 사회적 지출이 행복도와 더욱 유의미한 관련성이 있음을 입증했다. 이들은 실험 결과를 설명하면서 돈을 버는 것만큼이나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많은 선물이 오가는 명절이 다가왔다. 직장이나 가정에서 때때로 선물을 주고받는다. 선물의 원래 의미는 되돌려 받으려는 기대 없이 주는 것이다. ‘기대 없이’라는 부분에 대해 순진하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김영란법’이 보여주는 것은 우리 사회에 특정한 기대를 갖고 주고받는 과도한 ‘선물’이 많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사실 선물이 갖는 진정한 힘은 상대방이 내게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고 주었다는 점을 느낄 때 발생한다. 더 큰 감사를 느끼며 나도 무엇인가를 되돌려주고 싶다는 마음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선물에도 기술이 있을까. 밀리언셀러 ‘설득의 심리학’으로 친숙해진 사회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 박사는 선물의 효과를 증폭시키는 세 가지 조건을 말한다. 첫 번째는 상대방에게 맞추었을 때이다. 진정한 선물은 진심 어린 관심에서 나온다. 상대방이 좋아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두었다가 이에 맞추어 주는 것이다. 몇 년 전에 치알디니 교수와 1주일간 함께 보낸 적이 있다. 그는 만난 첫날 인사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나는 취미인 목공에 대해 말했었고, 그는 이를 기억했다가 일주일 지나 헤어질 때 내게 목공도구와 관련이 있는 예쁜 장난감을 주었다. 그제야 그가 왜 첫날 나의 취미를 물어보았는지 깨닫게 되었다.

둘째, 의미를 담았을 때이다. 2015년 저명한 국제학회지인 ‘실험사회심리학’에 실린 논문의 제목은 ‘당신의 일부를 주어라: 선물을 주는 사람을 반영한 선물은 친근감을 높여준다’이다. 선물을 줄 때 상대방에게 맞춰 주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당신이 정말 좋아하거나 관심을 갖고 있는 물건을 주는 것도 좋다. 학자들은 이 실험에서 선물을 보낼 때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노래의 음원이 상대방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노래의 음원보다 친밀감을 더 높인다는 것을 입증했다.

세 번째는 기대하지 않았을 때이다. 상대방이 나에게 선물을 줄 것이라고 기대할 때보다는 기대하지 않을 때 받는 선물이 더 큰 힘을 갖고 있다. 추석과 같은 명절이나 생일 등 상대방이 기대할 때 선물을 주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가족이나 친구, 동료에게 기대하지 않았을 때 선물을 주는 것은 놀라움과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선물을 줄 때, 예를 들어 와인을 주면서 와인따개와 같은 작은 선물을 덧붙여 주는 것은 선물의 가치를 높여줄까. 2012년 국제학술지인 ‘소비자연구저널’에 실린 논문은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을 준다. 큰 선물과 작은 선물을 합쳐서 줄 경우 받는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선물 아이템들의 총합이 아닌 평균값으로 선물을 평가한다는 것이다. 즉, 심리적으로 와인에 와인따개를 덧붙여 받는 것보다 와인을 한 병만 받는 것을 더 가치 있는 선물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상사나 후배에게 좋은 선물을 주고 싶다면 내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받은 선물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인지를 되돌아보면 된다. 종종 기억에 남는 선물은 물건을 주는 것보다 시간을 내어 고민을 들어주고, 진심 어린 칭찬이나 도움이 될 자료를 건네주는 것이기도 하다. 퇴직한 선배에게 오랜만에 작은 선물과 함께 카드를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혹은 청소해주는 아주머니나 경비원 아저씨에게 선물을 주는 것은 어떨까. 진정한 선물은 받는 사람은 물론이고 주는 사람도 행복하게 만든다. 선물을 주고받는 것이 별로 행복감을 주지 않는다면, 주고받는 선물을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선물#실험사회심리학#친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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