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신예 작가 백수린이 포착한 빛과 어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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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담한 빛/백수린 지음/316쪽·1만2000원·창비

백수린 씨(32)는 ‘기대되는 신예’로 꼽혀온 작가다. 지난해 그의 작품이 ‘젊은작가상’을 수상하고 문지문학상 주관 ‘이달의 소설’로도 선정됐다. ‘참담한 빛’은 백 씨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첫 소설집 ‘폴링 인 폴’을 낸 뒤 2년이라는 짧은 터울에 10편의 작품을 묶어 냈다. 그만큼 많은 주목을 받았단 얘기다.

표제작 ‘참담한 빛’은 영화잡지 기자 정호가 방한한 다큐멘터리 감독 아델 모나한을 인터뷰하는 게 주요 서사다. 아델이 터널 공포증을 앓고 있다는 것과 존재가 알려지지 않았던 남편의 사연 등을 털어놓는 중에 정호의 개인적 사연이 교차한다. 6개월 된 태아가 아내의 배 속에서 죽은 뒤에 아내는 ‘어둠의 밑바닥에 가라앉은 채 밖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무관한 두 인물을 연결하는 것은 ‘빛’이다. 아델은 호수 한가운데 석양의 빛을 보면서 마음의 상처를 치유받았다고 털어놓지만, 정호는 ‘참담하리만큼 눈부신 햇빛’을 바라보면서 공포를 느낀다. 아내의 고통을 이해하려 하지 않은 데서 온 관계의 단절에 대한 공포다. ‘빛’은 인간이 똑바로 볼 수 없는 것이지만 작가는 이 빛을 통해 인간이 상처와 마주하도록 한다.

‘첫사랑’에선 요즘 청춘들의 신산함이 드러난다. 화자가 백화점에서 하루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야기다. 화자는 짝사랑했던 J 선배와의 만남을 앞두고 새 원피스를 살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에 나선다. 대학 시절 노문과에서 푸시킨과 톨스토이를 공부하면서 러시아 문학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논했지만 대학원생인 화자가 맞은 현실은 학과 폐쇄의 위기다. ‘스트로베리 필드’에서도 작가는 청춘의 힘겨움을 그리면서 이렇게 털어놓는다. “우리의 안은 어째서 이토록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어두운 걸까. 마치 아무도 살지 않는 텅 빈 나무 속처럼.” 선배 소설가 김연수 씨는 백 씨의 소설에 대해 “빛과 그림자, 껍질과 낯선 세계, 고통과 다짐, 추억과 삶 사이의 고통스러운 이중주에 대한 우아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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