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획]“사드 배치땐 韓中관계 훼손 불가피… ‘낯선 나라’로 변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요동치는 한반도 주변 정세… 日-中전문가에게 듣는다
[中 주펑 난징대 교수]
북핵 문제는 韓中美 협력이 핵심, 사드는 3각 공조에 균열만 일으켜
한국, 美에 떠밀리듯 배치 결정 ‘외교적 적극주의’로 중심 잡아야

‘지한파’로 알려진 주펑 중국 난징대 교수 겸 남중국해연구소장은 “한국은 작은 나라가 아니다”라며 외교적 적극주의를 통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한반도 사드 배치는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훼손해 한국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DB
‘지한파’로 알려진 주펑 중국 난징대 교수 겸 남중국해연구소장은 “한국은 작은 나라가 아니다”라며 외교적 적극주의를 통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 균형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요구하는 한반도 사드 배치는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훼손해 한국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DB
“한국은 작은 나라가 아니다. 이젠 어엿한 중등대국(中等大國)이다. 외교적 적극주의(diplomatic activism)로 미국과 중국 간에 균형을 잡아야 한다.”

주펑(朱鋒) 중국 난징(南京)대 교수 겸 남중국해연구소 소장은 최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중국은 한국을 매우 ‘낯선 나라’로 여기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을 자주 방문하면서 한국 공무원 및 학자들과 교류하는 ‘지한파’인 그는 “한국의 친구로서 박근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얽힌 복잡한 국내외 사정을 이해한다”면서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주 교수는 미국과 일본 간 동맹 관계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사드 문제까지 불거져 “동북아는 지금 매우 경각심을 가질 만한 상황”이라며 한국에 ‘외교적 적극주의’를 주문했다. 미국에 대한 적극적인 외교를 통해 중국의 이해관계에 상충되는 사드 배치를 막고 그 대신 중국을 압박해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저지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주 교수는 인터뷰 중간 중간에 ‘한국이 대국(大國)이 될 만한 동북아의 핵심 국가’라고 치켜세우기도 했지만 방점은 ‘사드 배치 결정은 한국이 미국에 떠밀려 한 것으로 한국의 이익만을 따지면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결정’이라는 중국 측의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사드 배치가 서울 또는 한국의 안전을 지키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반격 수단이 될 것이라는 미국 측 주장은 현실로 드러날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반면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중국의 핵전력을 손상시키는 전략적 위협으로 작용해 한중 관계를 훼손할 것이 분명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은 한국 미국 중국이 반드시 손잡고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주 교수는 “북한 핵무기 및 미사일 개발 방지의 열쇠는 한중미 3국의 협력에 있는데 한국은 사드 배치라는 또 다른 출구를 선택했다”며 사드 배치를 통해서는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협력을 얻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에 ‘북한을 버리라’고 성급히 요구해서는 안 되며 중국이 남북한의 통일을 적극 도와주리라고 생각하는 것도 이상주의”라고 지적했다.

북한 핵무기와 미사일은 한국만이 아니라 미국도 겨냥하고 있어 미국이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미국 본토 공격 주장은 북한의 외교책략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지금까지 진행된 장거리 미사일 실험에서 드러난 치명적인 기술적 결함과 국제사회의 제재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미국을 위협할 만한 돌파구를 만들기 어렵다는 반론이다.

주 교수는 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높아지고 있는 중국 내 한국 보복 주장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사드 배치 때문에 한국에 어떤 제재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 분명히 반대한다”며 “하지만 사드 배치 이후 한국은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받거나 영향력을 빌릴 수 없는 상황을 맞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 주펑 프로필 ::

○1964년 출생
○장쑤 성 쑤저우 출신
○1981년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입학, 1991년 박사 학위 취득
○1993년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부교수
○베이징 시 정협위원
○미국 하버드대 방문학자, 영국 국제전략 문제연구소(IISS) 비상임연구원
○2014년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중등대국#사드 배치#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북한 핵문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