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한진해운 자구안 4000억뿐”… 법정관리 갈 듯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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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30일까지 결론 내리기로

올해 5월 ‘조건부 자율협약’을 시작하며 구조조정에 돌입했던 한진해운이 사실상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눈앞에 뒀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피하려면 최소 1조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게 채권단의 입장이지만 한진그룹 측은 끝내 5000억 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 계획만 내놓았다. 국내 1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국내 기업의 수출과 연관 산업에 적잖은 피해가 예상돼 해운 당국도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KDB산업은행과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 등 채권단은 이날 오후 실무책임자 회의를 열고 전날 한진해운이 제출한 자구안 내용과 향후 계획 등을 논의했다. 한진해운은 전날 채권단의 추가 보완 요구에도 기존 자구안 내용을 그대로 제출했다. 이 때문에 채권단에서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사실상 손을 놓은 것 아니냐”는 반응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산은은 이날 이례적으로 한진해운이 제출한 자구안 내용을 공개했다. 이 자구안에는 대한한공 유상증자로 4000억 원을 마련하고 향후 추가 부족자금이 발생하면 계열사 지원이나 조 회장의 사재 출연으로 1000억 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하지만 채권단은 실적 악화 등으로 한진해운에 1조∼1조3000억 원의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에만 최소 8000억 원이 필요하다는 게 채권단의 생각이다.

정용석 산은 구조조정본부 부행장은 “사실상 자구안 가운데 실효성이 있는 지원은 4000억 원뿐”이라며 “이런 식이면 채권단이 6000억 원을 대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는 사실상 조 회장이나 그룹 측이 한진해운을 더 이상 지원하기 어렵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30일까지 각 채권금융기관에서 한진해운 자율협약 연장과 신규자금 지원 여부에 대한 답변을 받을 예정이다. 채권단과 금융당국 내부에는 부정적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의 지분을 기준으로 75% 이상이 동의하지 않으면 안건은 부결되고 한진해운은 법정관리 절차를 밟게 된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전 세계 채권자들이 각국 법원을 통해 담보권을 행사하면서 한진해운 선박을 억류할 가능성이 크다. 배를 빌려준 용선주들도 계약을 해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한진해운이 맡은 120여만 개의 컨테이너를 실어 나를 배가 부족해 운송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한진해운은 또 해운동맹(얼라이언스)에서 퇴출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국제적 신인도가 추락하고 영업망이 무너지는 것”이라며 “한번 떠난 화주를 다시 유치하긴 힘들어 법정관리 돌입은 사실상 청산인 셈”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 약화 등의 피해도 불가피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한진해운이 퇴출되면 미주·유럽 항로 운임이 27.3∼47.2% 오르면서 국내 수출 가격이 0.7∼1.2%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선주협회는 한진해운 청산으로 부산항 등 환적화물이 감소하고 운임이 폭등하는 등 17조14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하고 2300여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해양수산부도 한진해운의 법정관리행이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해상 물류 대란을 막기 위한 ‘비상운송계획’을 세웠다. 수출회사들이 다른 국내외 선박을 이용할 수 있게 대비책을 마련한 것이다. 한진해운 주가는 이날 11.99% 하락한 1615원에 장을 마쳤다.

박창규 kyu@donga.com·김성규·최혜령 기자
#산은#한진해운#법정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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