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확정돼야 지자체 예산 편성 8월 넘기면 올해안에 돈 못풀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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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추경지연’ 애타는 지자체

국회의 추가경정예산안 처리 지연으로 중앙정부 예산을 애타게 기다리는 지방자치단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이달 안에 추경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이후에 추경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다고 해도 사실상 올해 안에 집행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24일 국회와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현재 지자체들은 추경으로 지원받는 정부 예산이 지연되는 것은 물론이고 자체 추경 예산안 편성 시기조차 가늠하지 못해 큰 혼란에 빠져 있다. 중앙정부가 지방을 지원하는 사업의 경우 총사업비의 70%가량은 중앙정부가 대지만 30% 안팎은 지자체가 지방비로 조달하는 사례(지방비 매칭)가 많다. 지자체들은 정부 예산이 확정되면 곧바로 자체 추경을 편성해 지방의회의 승인을 받는다. 그런데 추경안 심의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일정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대표적인 것이 ‘조선업 밀집지역 관광산업 육성’ 사업이다. 정부는 부산, 울산, 경남 거제시 창원시, 전남 영암군 목포시, 전북 군산시 등 조선업체가 몰려 있는 전국 7개 지역의 침체된 경기 회복을 위해 322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이 사업과 관련해 지자체들이 책임지는 예산은 138억 원이다. 추경안 심의가 늦어지면 이 사업은 자칫 올해 안에 집행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지역 생활밀착형 예산으로 규모를 늘린 하수관거 정비사업(450억 원), 농어촌 마을 하수도 정비사업(114억 원) 등 다른 지방비 매칭 사업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예전에도 지방비가 제대로 조달되지 않아 국비가 제대로 쓰이지 못한 채 불용(不用) 처리되는 경우가 많았던 사업들이다. 올해 내내 되풀이된 누리과정 예산 갈등도 추경안 처리 지연으로 다시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추경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1조9000억 원을 편성했고, 이 돈으로 부족한 누리과정 예산을 충당하게 할 예정이다.

지방비 재원의 상당액이 중앙정부가 지급하는 지방교부세에서 나간다는 점도 지자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부가 지방교부세 1조8000억 원 증액안을 이번 추경안에 담은 상황에서 추경안 통과가 늦어지면 지방교부세가 늦게 내려가게 되고, 이를 통한 자체 예산안 편성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중앙정부 추경이 8월에 확정된다고 해도 이를 바탕으로 지자체에서 자체 추경을 편성하는 데 2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추경안 처리 지연으로 당초 기대했던 일자리 창출 및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가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예산정책처는 추경안 처리가 늦어져 올해 3분기(7∼9월) 예산이 늦게 집행되면 창출될 일자리가 최대 7만3000개에서 6만9000개로 줄어들고 성장률 제고 효과도 0.015%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24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만나 추경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치를 끝낼 해법을 모색했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회동에서 “헌정 사상 초유의 추경 무산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서별관회의) 청문회 증인 채택을 고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추경안 심의와 증인 채택 협상을 병행해 다음 주 초까지 추경안을 통과시키자”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증인 채택 없이는 추경안 심사를 속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중재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 / 유근형 기자
#추경#예산#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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