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角으로 쏘고도 사거리 500km… ‘최종 핵병기’ 손에 쥔 北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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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SLBM 발사 성공]비행시험 세차례만에 거리 16배로



북한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에 성공하면서 북핵 대응책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24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긴급 소집한 것도 북한의 SLBM 위협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 한반도 전역 은밀한 핵 타격력 과시

북한이 24일 함경남도 신포 앞바다에서 발사한 SLBM은 ‘완벽한 성공작’으로 평가된다.

수중사출 및 엔진 점화, 자세제어, 단 분리 및 대기권 재진입 등 비행시험 전 과정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군 소식통은 “상당한 기술적 진전을 거둬 성공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통상 SLBM은 초기 개발 단계에서 300km 이상 비행하면 성공으로 판단한다. 이날 북한이 고각(高角)으로 쏜 SLBM을 정상 각도로 발사했다면 1000km 이상 비행이 가능했을 것으로 군은 보고 있다. 고체연료만 충분히 채우면 2000km 이상도 날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북한이 연내 실전배치를 강행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북한이 올 들어 비행시험 세 차례 만에 한반도 전역에 대한 SLBM의 타격 능력을 입증한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북한의 SLBM 대남 위협이 예상을 앞질러 현실화된 까닭이다.

이 때문에 군이 북한의 SLBM 기술을 과소평가한 것이 패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군은 그간 북한의 SLBM 실전배치에 3, 4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올 4월 북한의 SLBM 발사 때도 수중사출과 추진체 점화 등 ‘콜드론치(Cold Launch)’와 자세제어 등 일부 기술적 진전을 보였지만 비행기술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했다. 당시 비행거리가 30여 km에 불과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불과 4개월 만에 북한은 그 당시보다 16배 이상 날아가는 SLBM을 쏴 올려 군의 평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군 소식통은 “북한의 4월 SLBM 발사 성공 주장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고체연료를 탑재한 SLBM의 사거리를 의도적으로 줄였을 가능성을 무시해 위협 평가에 소홀했다는 얘기다.


○ SLBM 사거리 조절해 대남, 대미 핵위협 가속화


북한은 유도장치가 부착된 SLBM의 추가 발사로 사거리 확장과 정확도 향상에 ‘다걸기(올인)’할 것으로 보인다. 사전 포착과 요격이 힘든 SLBM은 기습타격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핵을 탑재한 SLBM은 적국의 핵 선제공격에서 살아남아 ‘제2격(Second Strike·보복 핵공격)’을 가할 수 있어서 ‘최종 핵병기’로 불린다. 북한이 핵탑재 SLBM을 확보하면 미국의 전략폭격기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대한(對韓) 핵우산 전력에 맞설 수 있다고 보는 이유다. 사거리 500km 정도의 SLBM은 주한미군 기지와 미 증원 전력이 들어오는 한국 내 주요 항구와 비행장을 타격할 수 있다. 2000km 이상이면 북한 영해에서 일본 전역의 주일미군 기지가 사정권에 포함된다. 또 SLBM을 탑재한 잠수함을 서태평양 쪽으로 은밀히 이동시켜 괌 기지를 겨냥할 수도 있다. 괌의 앤더슨 기지는 B-1, B-2 스텔스 폭격기 등 핵우산 전력의 출격 기지다.

군 당국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북한의 SLBM을 요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SLBM이 사드의 요격 범위(음속의 14배)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 잠수함이 후방으로 침투해 SLBM을 발사하면 레이더 탐지각도(120도)를 벗어나 대응이 어렵다. 또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를 후방지역에 배치해도 SLBM이 낮은 각도로 발사되면 대처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아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손효주 기자

#slbm#탄도미사일#핵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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