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민의당, 추경 처리야말로 ‘제3당 존재가치’ 보일 기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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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전쟁통에도 국회를 통과했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20대 국회 초입에서 여야 대치로 헌정 사상 처음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서별관회의) 청문회 출석 없는 추경안 처리는 없다’고 22일 당론으로 못 박았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친노(친노무현) 강경 세력들이 의회주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고 비난하며 추경안 포기도 불사할 태세다. 제3당인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어제 “추경안 심의를 위한 예결위(예산결산특위)를 진행하면서 청문회 증인 채택 협상을 계속하자”고 중재안을 내놓은 것은 꽉 막힌 정국을 뚫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만일 추경안이 폐기된다면 재정정책이 엉클어지면서 경제가 연쇄적으로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5만 명으로 추산되는 조선업 실업자에 대한 재취업 대책, 청년 일자리 확충 방안, 저소득층 생계급여지원정책, 지방재정보강책 등 추경 관련 사업이 올 스톱된다. 추경안이 표류하는 일차적 책임은 친박 좌장인 최 전 부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안 수석을 호위무사처럼 감싸는 새누리당에 있다. 작년 11월 부실 대우조선에 4조2000억 원의 공적자금 지원을 결정한 당시 서별관회의 핵심 인사들을 청문회 증인에서 제외하는 것은 국민이 용납할 수 없다. 그렇다고 협상 여지마저 없애버린 더민주당의 강경책은 무책임하다. 여야가 주요 법안을 놓고 판판이 맞서 ‘불임(不妊) 식물국회’로 막을 내렸던 19대 국회를 다시 보는 느낌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올 초 창당하면서 “현재의 기득권 양당 구조가 그대로 간다면 대한민국은 미래가 없다”고 했다. 국민의당이 지난 총선에서 38석 의석에 26.7%의 정당지지율을 받으며 제3당에 오른 이유가 민생을 외면한 수구 양당 대결에 진저리를 친 민심 덕분이었음을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4·13총선 이후 첫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당시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국민의당을 뽑아준 이유는 타협과 조정의 역할을 하라는 뜻”이라고 밝혔으나 넉 달이 되도록 3당 체제의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해낸 적이 없다.

국민의당은 ‘새정치’를 간판으로 내세웠음에도 총선 리베이트 의혹에 휘말렸고,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를 표방해놓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앞장서 반대했다. 당 지지율은 한국갤럽의 지난주 정례조사에서 10%까지 곤두박질쳤다. 청와대와 여당은 ‘우병우 사태’와 이정현 대표체제의 ‘친박당’ 회귀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더민주당은 8·27전당대회를 앞두고 강경·선명성 투쟁을 벌이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국민의당이 국민을 보고 가는 ‘제3당의 존재 가치’를 증명할 절호의 기회다.
#추가경정예산#폐기#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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