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오르는 집단대출 금리… “가계빚 뇌관 규제” 목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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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액 120조… 5개월새 10조 늘어

가계부채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른 집단대출의 증가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대출금리마저 치솟고 있어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향후 부동산 경기가 꺾일 경우 집단대출의 연체가 발생하면서 건설사들의 연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집단대출도 개인의 소득과 상환 능력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등 선제적인 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집단대출 금리 3%대 육박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현재 집단대출 잔액은 120조3000억 원으로 지난해 말(110조3000억 원)보다 10조 원이 불어났다. 이 같은 증가폭은 지난해 연간 증가액(8조8000억 원)을 이미 넘어선 것은 물론이고 올해 1∼5월 주택담보대출 전체 증가액(19조 원)의 52.6%를 차지하는 규모다. 분양 아파트나 재건축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에게 단체로 나가는 집단대출이 사실상 주택담보대출 급증세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집단대출은 분양시장이 올 들어서도 활황을 이어가는 데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심사를 강화한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의 적용을 받지 않으면서 급증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지난달부터 분양가 9억 원 이상의 신규분양 아파트에 대해 중도금 대출보증 규제가 시작됐지만 아직까지 큰 영향을 미치진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급증세 속에 중도금대출을 포함한 집단대출 금리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은행권의 집단대출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연 2.94%로 전달(2.90%)보다 올랐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89%에서 2.77%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런 추세는 갈수록 심화되는 모습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이 요구하는 중도금대출 금리는 연 3.5% 안팎이다. 이는 2%대 후반이었던 지난해 초보다 0.5%포인트 이상 치솟은 것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지난달 경기 안양시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경우 시공사와 금융사가 3% 선에서 집단대출 금리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달리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달 다시 연 2%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KEB하나 우리 NH농협 등 주요 시중은행 5곳의 7월 주택담보대출(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식·신규 취급 기준) 금리는 최대 0.32%포인트 하락했다.

○ “집단대출 보완책 시급”

저금리 시대에 역행하며 집단대출 금리가 오르는 것은 은행들이 집단대출이 부실해질 것을 우려해 대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분양 물량이 많아 은행들이 입찰을 따내기 위해 이윤을 거의 남기지 않을 정도로 금리를 낮춰 집단대출에 나섰다.

하지만 올 들어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B시중은행 관계자는 “2018년 주택 공급이 수요보다 더 많아지면 집값이 떨어지고 입주를 못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어 집단대출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1년 일부 지역에서 집값 하락으로 입주 거부 사태가 벌어지면서 중도금대출 연체율이 3%대로 치솟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처럼 은행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면서 집단대출이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넘어가는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5월 말까지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이 5조8490억 원 늘었는데 이 중 상당 부분이 집단대출일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가 25일 가계부채 추가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증가세를 이끌고 있는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소득 심사를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대출 과정에서 갚을 능력을 꼼꼼히 따지는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의 적용 대상에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가계부채연구센터장은 “집단대출의 경우 소득을 따로 확인하는 절차가 없어 여러 곳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며 “갚을 수 있는 범위를 뛰어넘어 빚을 지지 않도록 소득 증빙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분양시장 호황으로 집단대출 수요가 있는 상황에서 은행권 문턱만 높이면 신용이 떨어지는 저소득층이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로 밀려날 수 있어 전매제한과 같은 분양시장에 초점을 맞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희창 ramblas@donga.com·정임수·천호성 기자
#집단대출#금리#가계빚#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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