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산업 속빈 1등… 설비-소재는 외국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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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D램 점유율 86.6%라지만… 생산라인 핵심장비 미국-일본산
라인 투자 15兆중 12兆가 장비값… “50%까지 국산화” 약속했던 정부
2009년 이후에는 집계조차 포기

2006년 11월 정세균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초청으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현 SK하이닉스), 동부일렉트로닉스 등 당시 국내 주요 반도체 업체 사장들이 서울 63빌딩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정 장관은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오랫동안 1등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며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을 2015년 말까지 5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당시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18%였다.

하지만 현 국회의장인 정 장관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민관 합동으로 추진했던 반도체 장비 국산화 사업이 흐지부지됐기 때문이다. 현재 산업부는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 통계조차 집계하지 않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2009년 21%로 잡은 것이 마지막 통계였다”고 말했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국산화율이 30% 미만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올해 2분기(4∼6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모바일 D램 시장 점유율이 86.6%(두 회사 합계)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전 세계에서 팔린 모바일 D램 10개 중 8개 이상은 한국산이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업체들의 생산라인을 들여다보면 핵심 설비는 일본이나 미국, 네덜란드 등 외국 업체 몫이다. 매출 기준으로 세계 반도체 장비업계 매출 10위권에 있는 한국 업체는 없다. 국내 전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반도체 신규 라인 설치에 투자한 15조 원 가운데 12조 원 정도가 장비 비용”이라며 “한국 반도체 업체들이 돈을 벌수록 뒤에서 웃는 건 해외 장비업체”라고 설명했다.

장비뿐 아니라 원천 기술이 필요한 소재 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글로벌 전기자동차 배터리 업계를 LG화학과 삼성SDI 등 국내 업체들이 주름잡고 있지만 정작 핵심 소재는 대부분 일본 소재 업체에서 수입하고 있다. 배터리를 팔면 팔수록 일본 업체들도 돈을 버는 구조다.

한국은행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제조기술의 근간이 되는 장비 및 소재 산업 활성화를 위해 기업이 국산 장비 및 핵심 소재를 개발하도록 장려하고 정부는 글로벌 마케팅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d램#핵심장비#외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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