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다수결은 민주적’이라는 말의 함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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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결을 의심한다/사카이 도요타카 지음/현선 옮김/192쪽·1만3000원·사월의책

지난달 열린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되자 환호하는 당원들. 동아일보DB
지난달 열린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되자 환호하는 당원들. 동아일보DB
최근 영국은 51.9%의 득표로 ‘유럽연합(EU) 탈퇴’라는 중대한 국가적 사안을 결정했다. 탈퇴파가 과반수를 넘기긴 했지만, 나머지 48.1%의 민의를 모두 ‘사표’로 만들었다. 심지어 1987년 한국 대선에서는 노태우 후보가 불과 36.6% 득표율로 당선됐다. 나머지 63.4%의 의견은 사장이 된 것이다.

다수결이 실제로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일까? 일본의 경제학자인 저자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라고 생각하는 다수결의 원칙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던진다. 특히 다수결은 양자 대결이 아닌 다자 대결에서 벌어지는 ‘표의 분산’에 무척 약하다.

다수결 선거에서는 유권자가 1순위 지지 후보에게만 투표할 수 있을 뿐, 2순위나 3순위 후보에게는 전혀 표를 줄 수 없다. 이 때문에 모든 유권자를 잡기 위해 세심하게 신경을 쓸수록 불리해진다. 이기기 위해선 일정 유권자에게만 1순위로 지지를 받기만 하면 된다. 결국 다수결 선거에선 소수 집단을 위한 정치, 대립과 분열의 정치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가 보편성을 결여한 ‘막말 선거운동’에도 불구하고 백인 서민층의 열렬한 지지로 공화당 대선 후보에 오른 것도 같은 이치다.

저자는 다수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다. 그중 하나는 ‘보르다 투표법’이다. 1위에 3점, 2위에 2점, 3위에 1점을 주는 식으로 점수를 매기고 그 합계로 전체 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투표법에서는 극단적인 세력이 일부 점수를 얻더라도 합계에서는 높은 순위가 되지 못한다. 저자는 ‘사회계약’ ‘일반의지’ ‘인민주권’ ‘시민적 자유’ 등 근대 시민사회를 지탱하는 근본이념이 무엇이고, 어떻게 투표에 반영되는지를 설명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다수결을 의심한다#미국#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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