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미술 작품은 보는 게 아니라 ‘읽는’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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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인문학자/안현배 지음/308쪽·1만6000원/어바웃어북

한스 홀바인 2세 ‘글을 쓰는 에라스뮈스’(1523년). 홀바인은 인문학자 에라스뮈스의 개혁사상을 열렬히 지지했다. 어바웃어북 제공
한스 홀바인 2세 ‘글을 쓰는 에라스뮈스’(1523년). 홀바인은 인문학자 에라스뮈스의 개혁사상을 열렬히 지지했다. 어바웃어북 제공
프랑스에선 영화 만드는 사람을 ‘감독’이 아니라 ‘작가’라고 부른다고 한다. 영화는 ‘보는’ 게 아니라 ‘읽는’ 것이라는 얘기다. 인문학자인 저자는 미술도 영화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미술 작품을 보는 데 머무르지 않고 곳곳에 담긴 의미를 읽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래서 미술을 읽는 도구로 인문학을 끌어들였다. “미술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는 것은 인문적 소양을 기르는 가장 효과적인 공부”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특히 미술 작품을 통해 본 역사에 대한 성찰이 눈길을 끈다. 화가 폴 들라로슈의 ‘에드워드 4세의 아이들’이라는 작품에선 15세기 영국 왕실에서 벌어진 왕권 다툼의 현장 이야기를 들려준다. 부셰와 앵그르가 그린 ‘오달리스크’에선 동양에 대한 서양의 왜곡된 시선을 짚는다. ‘오달리스크’는 이슬람 지도자 술탄의 여인이라는 뜻으로, 그림 속 여성은 퇴폐적인 모습이다. 아랍 세계의 문화가 퇴폐적이라는 당대의 의식이 뒷받침됐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문학 작품과 신화, 종교의 일화 등을 회화와 조각으로 옮긴 미술 작품들이 소개된다. 저자는 이를 통해 독자들이 고전과 신화, 역사 등의 인문학을 두루 향유하도록 이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미술관에 간 인문학자#안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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