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난수방송 前 노래는 받아적으라는 신호”…대남공작부서 출신 탈북자의 분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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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새벽시간 이용 방송 재개
“인터넷 접속보다 보안 뛰어나…남쪽 공작원에 지령방식 바꾼듯”

“북한의 이번 난수방송 재개는 대남 심리전 목적보다는 남쪽 공작원에게 실제 지령을 보내는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 대남 공작기관의 실세였던 탈북자 최성남(가명) 씨는 최근 재개된 북한 난수방송에 대해 29일 이렇게 평가했다. 평양방송은 정규방송을 마친 이날 0시 45분(한국 시간 오전 1시 15분)부터 12분간 여성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지금부터 27호 탐사대원을 위한 원격교육대학 수학 복습과제를 알려드리겠습니다. 459페이지 35번, 913페이지 55번, 135페이지 86번…”과 같은 다섯 자리 숫자를 읽었다. 이날 방송 내용은 앞서 15일 난수방송과 시간과 내용 및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같았다. 방송 직전 경음악 ‘기쁨의 노래 안고 함께 가리라’를 내보낸 것까지도 똑같았다.

최 씨는 “평양방송은 과거 노동당 대남공작 부서인 225국이 대남 공작원에게 지령을 내리는 창구였다”고 말했다. 정보당국은 225국이 최근 문화교류국으로 명칭이 바뀐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씨는 “225국에서 준비한 녹음을 평양방송사가 방영하는데 이번은 27호 대호(미리 부여받은 숫자) 공작원에게 보내는 지령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정 번호만 계속 사용하면 위험해서 공작원은 ‘27번, 85번, 300번’ 하는 식으로 대호를 여러 개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459페이지 35번이라고 불러주면 45935란 숫자를 난수표에 대입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2011년 적발된 왕재산 간첩단 사건 때는 첨단 디지털 스테가노그래피(은닉) 기법으로 대남 지령문을 하달했지만 다시 난수방송으로 전환한 것에 대해 “난수방송은 보안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스테가노그래피는 e메일이 감시당하거나 해킹되면 지령이 고스란히 노출되지만 난수방송은 누구에게 가는지, 난수표나 해독에 사용되는 책자가 뭔지를 모르니 알아내기 매우 힘들다는 것. 그는 또 “특히 남쪽에 갓 침투한 공작원은 스테가노그래피를 사용하려면 PC방에 가야 하는데 그러면 말투나 거동이 의심받기 쉽고 폐쇄회로(CC)TV에 노출되기 쉽다”며 “난수방송 청취는 용산전자상가에 가서 단파 라디오만 하나 사면 될 만큼 간단하다”고 덧붙였다.

최 씨는 북한이 대남 공작원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이름 없는 영웅들’의 주제가를 난수방송에 앞서 방송한 데 대해 “노래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마지막으로 난수방송을 했던 1990년대엔 ‘적기가’란 노래가 먼저 나왔는데, 이는 받아 적을 준비를 하고 있으라는 예행 신호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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