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훈의 트렌드 읽기]자연주의 확산에 ‘숲세권’이 역세권을 눌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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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올여름 휴가의 최고 인기 장소 가운데 하나는 자연휴양림이다. 인간이 관여하기 이전처럼 보이는 세계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1988년에는 하나밖에 없었지만 계속 늘어나 지금은 165개나 됐다. 연간 1400만 명이 방문하고 있는데 주간 단위로 추첨하는 국립자연휴양림의 예약 경쟁률은 400 대 1이 된다니 여전히 수요가 넘친다.

21세기 문화의 강력한 트렌드 가운데 하나가 자연주의(naturalism)다. 건강, 친환경, 지속가능성과 같은 인간 욕구를 대변하면서 라이프스타일에 파고든다. 그 분야도 화장품, 신발, 식료품, 인테리어, 건축, 여가 등 광범위하다.

그런데 자연이 자연스럽게 남아있으려면 인간이 자연에서 완전히 발길을 돌리거나 인위적으로 자연을 키워 가야 한다.

그 한 사례가 국립공원들의 동식물 서식 추세다. 가장 다양한 종을 보유하고 있는 지리산국립공원에는 2006년에 2656종의 곤충이 보고됐는데 2014년엔 4478종으로 늘었다. 조류는 67종에서 109종으로 증가했다. 만약 자연을 보전하려는 국가나 민간의 노력이 없었다면 반대의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반면 지리산의 식물은 1517종에서 1074종으로 줄었다. 지리산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국립공원에서 식물 종은 감소하고 있다. 기후 변화의 습격, 도로 개통과 인간의 방문과 같은 자연파괴 요소들 때문이다. 문명 속 자연은 그냥 놔두면 쪼그라든다.

자연주의 트렌드 속에서 숲세권이 역세권을 눌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트렌드에 힘입은 한방화장품 시장은 2조 원대 규모로 커졌다. 그런데 정작 자연 자체를 보전하는 데 쓰는 생태계 보전 예산은 숲세권 아파트 1000가구 분양가 정도다. 미래 세대까지 자연에서 여름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투자로는 적지 않을까. 좀 더 많이 자연에 개입해야 한다.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 소장
#자연주의#숲세권#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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