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자본, K웹툰 판권 ‘사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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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부터 ‘돈될것’ 골라 속속 계약

K웹툰에 대한 중국 자본의 ‘판권 사냥’이 거세지고 있다.

이달 초 서울산업진흥원이 주최한 국제콘텐츠마켓 서울프로모션플랜(SPP)에서는 중국 쥐안스(卷石) 영화사와 웹툰 기획·제작사 ‘별책부록’이 국내 인기 웹툰 ‘위기의 범죄자’를 중국에서 16부작 웹드라마로 제작하는 협약을 맺었다. 같은 날 중국 콘텐츠기업 ‘IIE 스타그룹’도 웹툰 제작업체 ‘유주얼 미디어’와 중국 내 웹툰 연재 독점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앞서 3월에는 중국 최대 드라마 제작사 화처(華策)그룹이 ‘거울아씨전’ ‘부탁해요 이별귀’ ‘저스트원샷’ ‘캐셔로’ ‘죽어도 좋아’ 등 5편을 영화나 드라마, 웹드라마로 제작하기로 카카오와 합의했다.

○ 중국 정부의 규제 우회 위해 ‘K웹툰’ 사냥

중국 업체들이 K웹툰 저작권을 직접 사들이는 움직임은 올해 초부터 본격화됐다. 중국의 방송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중국의 문화와 가치를 내세우며 외국산 콘텐츠에 대한 규제를 점점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중국 업체들은 K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나 드라마의 판권을 들여와 자국에서 틀거나 리메이크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달부터 자국의 모든 위성 방송국이 황금 시간대(오후 7시 반∼10시 반)에 해외 프로그램 판권을 수입해 리메이크한 프로그램을 1년에 두 편만 틀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중국 방송사가 외국 기관과 협력하거나 외국인을 주 제작자로 기용해 만든 프로그램은 ‘판권 구매에 의한 외국 프로그램’으로 분류해 규제하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정부 당국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원작인 K웹툰을 아예 사들여 중국 배우를 쓰고, 중국 현실에 맞게 변형한 뒤 드라마와 영화를 제작하려는 것이다.

중국 콘텐츠기업 이스트타이거 한국지사 이진우 대표는 “드라마 판권보다 웹툰 판권을 사는 것이 더 쉽고 규제를 피하기도 좋다”며 “특히 웹드라마로 제작할 경우 적은 투자금으로 더 빠르게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 수익률 영향력 분석하는 스마트한 중국 자본

중국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장르 선별과 수익성 계산 등에서 중국 측의 분석도 정교해지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3월 계약한 웹툰 5편의 경우 중국 측이 처음부터 지정해서 제안했다”고 귀띔했다.

IIE 스타그룹 김동윤 한국사업팀장은 “중국 내 반응뿐 아니라 제작비 규모, 2차 저작물 활용 가능성, 수익 분배 방식 등을 세밀하게 검토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자본의 구매 파워가 더욱 거세지는 것에 대비해 영상화 판권 계약 외에 웹툰 저작권의 활용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 김재필 연구원은 “‘포켓몬 고’가 ‘포켓몬’이라는 만화 캐릭터 저작권과 정보기술(IT) 신기술이 만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듯 국내 웹툰도 중국에서의 영상화 성공 이후 2차 부가가치 창출까지 내다보는 전략을 선제적으로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국내 드라마나 영화의 스토리 저장고 역할을 해온 웹툰에 대한 중국과 국내 콘텐츠 기업 간의 ‘판권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중국#k웹툰#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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