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규제투성이 의원입법 방치해 경제 성장판 닫을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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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가 개원한 뒤 이달 15일까지 의원들이 발의한 경제 및 사회 관련 규제 법안이 259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안 한 건당 여러 건의 규제가 포함되는 점을 감안하면 의원입법 규제의 총수는 700건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올 상반기 675개의 규제를 개선 또는 폐지하기로 했는데 정치권은 두 달도 채 안 돼 정부가 없애려는 것보다 많은 규제를 신설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규제 법안들이 동시다발로 쏟아지게 되면 규제 폭포 같은 상황이 되지 않을지 기업들이 많이 걱정한다”고 전한 경제계의 우려를 소홀히 들어서는 안 된다.

야당 의원 발의 법안 중에는 기업 경쟁력에 타격을 주고 글로벌 기준에도 맞지 않는 과잉·졸속 규제가 수두룩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이 매년 정원의 3∼5%씩 청년 미취업자를 의무 고용하도록 하는 청년고용 촉진 특별법 개정안은 기업 인사권의 본질과 채용의 수요공급 원칙을 뿌리째 흔들 소지가 크다. 모회사 주식 1% 이상을 가진 주주가 자회사나 손자회사 경영권에 간섭할 수 있도록 한 상법 개정안은 해외 투기자본의 국내 기업 경영권 공략에 악용될 우려를 낳고 있다. 1985년 도입했다가 통상마찰 우려 때문에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폐지한 중소기업 고유 업종 지정제도를 사실상 부활하자는 시대착오적인 법안까지 발의했다.

롯데그룹 비자금 의혹 사건처럼 일부 기업의 불법, 탈법 행위는 엄벌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이 국민의 반(反)재벌 정서에 영합하거나 이를 부추기며 기업을 옥죄는 규제 포퓰리즘 법안을 쏟아내면 경제의 성장판을 닫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의원입법 규제를 정부가 반대해도 입법 권력을 거야(巨野)가 장악한 여소야대 국회에서 이런 법안이 다수 통과되면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를 추락시켜 일자리를 줄이는 악순환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규제 영향 분석, 부처의 자체 심사, 규제개혁위원회 심사 같은 다단계 절차를 거치는 정부입법과 달리 의원입법은 객관적인 타당성 검토를 거치지 않아 부작용이 많은 법안이 양산될 위험이 훨씬 높다. 규제를 신설 또는 강화하는 의원입법은 타당성과 부작용에 대한 사전 검증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조속히 국회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20대 국회#입법 방치#과잉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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