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은택]‘폴크스바겐의 호갱’ 불러온 한국 소비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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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매운동은커녕 세일에 ‘우르르’ 폴크스바겐 콧대 높여준셈
여전히 판매중단 않는 이케아… 이젠 침묵보다 회초리 들어야

이은택·산업부
이은택·산업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배기가스 및 소음 조작으로 문제가 된 32개 차종(79개 모델)을 25일부터 자진해서 판매중단하기로 했다. 25일은 환경부가 행정처분을 내리기 전 폴크스바겐 측의 마지막 해명을 듣는 날이었다. 그동안 아무런 배상금도 물 수 없다며 ‘배째라’식 태도로 일관했던 폴크스바겐이 갑자기 반성이라도 한 것일까.

업계에서는 “과징금 폭탄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징금 규모를 결정할 개정 대기환경보전법 제48조가 28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개정법은 과징금 한도를 현재의 10배로 올렸다. 폴크스바겐이 개정법 시행일인 28일 이후에도 문제의 차량을 팔면 ‘10배 과징금’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서둘러 판매중단을 결정했다는 관측이다.

폴크스바겐은 불과 열흘 전(14일) 토마스 쿨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 “안전이나 성능과는 무관하다. 미디어의 기사들은 사실이 아님을 말씀드린다”며 사태를 덮으려 했다. 미국에서는 17조4000억 원에 이르는 배상금을 약속해놓고 한국에서는 ‘사회공헌기금 100억 원’ 외엔 아무것도 내놓을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 소비자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사건 직후 해당 차량 소유자들은 “국산차의 매연과 소음이 더 심한데 왜 폴크스바겐을 문제 삼느냐”며 폴크스바겐을 옹호했다. ‘옥시 사태’ 직후 옥시 제품 불매운동이 일었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불매운동은커녕 ‘폴크스바겐 세일’에 고객들이 몰렸다.

외국 기업이 국내 소비자를 홀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 역시 아동사망사고를 일으킨 문제의 서랍장을 미국, 캐나다에서는 판매를 중단했지만 한국에서는 계속 팔고 있다. 폴크스바겐과 이케아 모두 미국에서는 소비자들이 나서 불매운동을 벌였지만 한국에서는 불매운동 움직임이 미미하다.

소비자가 침묵하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제재 조치를 하려는 정부도 힘이 빠진다. 곧바로 소비자에 대한 차별과 무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은 착하고 고분고분한 고객을 신경 쓰지 않는다. 똑똑하고 무서운 고객을 더 배려하고 신경을 쓴다. 고객이 되느냐, ‘호갱(호구+고객)’이 되느냐는 소비자 스스로에게 달렸다.

이은택 산업부 nabi@donga.com
#폴크스바겐#불매운동#이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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